각종 고소/고발, 의혹제기, 기행 등으로 나라를 흔들던 강용석이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밝히기에 실패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사실 이 인간의 기행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좋았는데 남의 이야기 하기 좋아하고 이슈 만들기가 필요한 여러 사람들 때문에 오랫동안 설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앞으로 또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지만 24시간 떠들던 그의 트위터가 7시간째 조용한걸 보니 속이 시원하긴 하다.

44세의 강용석. 서울대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법조인으로 활동했으며 서울에서 국회의원 당선까지 한, 정말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 정도의 스펙을 가진 사람이 정신병자나 다름없는 행동을 벌이고, 상스러운 사람도 입밖에 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도대체 강용석은 왜 이렇게 됐는가?

강용석의 40년 인생은 성공가도의 연속이었다. 실패가 한번도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죽을때까지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나? 절대 아니다. 게다가 처음 다가오는 시련을 겪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그 사람의 충격도 크다. 강용석도 마찬가지다. 평소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단련되어 온 사람과 성공만 40년 하다 다 늙어 실패나 시련을 맞는 사람, 누가 더 상황에 잘 대처하겠는가? 겉보기엔 성공했지만 인간적으로는 한쪽으로 매우 치우쳐 평소의 삶과는 다른 상황에서 유아적인 반응밖에 못하는 유형, 이게 바로 강용석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 이전의 인생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이자 귀감의 대상일 수있었다. 스스로의 자부심도 대단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의식이 강해서 모든 말과 행동의 기준을 자기 위주로 놓고 주변의 조언이나 상황에 눈과 귀를 막아버린다. 회사에 가면 임원들이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인 이유가 바로 이렇다. 서로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니 타협과 양보보다는 견제나 뒷다리 물기 등의 우스꽝스런 상황이 반복된다.

강용석이 주변에 사이코들만 있진 않았을거다.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객관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봐줄 지인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내가 최고인 강용석이 그 사람들의 조언을 제대로 들었을까? 듣지 않았으니까 이 모양이 된거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눈과 귀가 막히면 그 순간 퇴보한다. 식물이 자라면서 거름을 거부하는 현상이라고 해야되나? 이건 단순히 엘리트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인생 최초로 만난 시련, 그 상황에서 우왕좌왕대며 자의식으로만 판단한 수십종의 무리수, 이것이 지금의 강용석을 만들었다. 그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지, 트위터에다 무슨 말을 또 쓸지 관심갖는 것도 재밌지만 이 사람의 몰락을 보며 나와 우리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함도 좋을듯 하다. 

주변 사람의 말과 행동에 귀기울이고 그에 비춰 나의 말과 행동을 돌아보며 실패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의연히 대처하면 비참하지는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강용석 사건 이전부터 생각했던 나만의 인생신조기도 하다. 주변에 이렇게 하다 저 멀리 가시는 분들을 적지 않게 봐서... 실패/시련과 타인의 조언에 인색한 엘리트 집단이나 엘리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강용석이 좋은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힘내라 강용석!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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