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떠나 보내기

잡설 | 2012. 5. 26. 21:53
Posted by 베이(BAY)

 

 

사진속의 PC... 지난 5월 21일 만 8세를 맞이했다. 보통 PC를 3년 정도 쓰면 바꾸곤 하는데 그보다 5년을 더 썼으니 이정도면 골동품 of 골동품일게다.

 

물건을 오래 아껴 쓰는 버릇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지라 그런 것도 있지만, 군대에서 받은 월급을 쓰지 않고 모아 말년휴가 나오자마자 테크노마트에서 이 PC를 샀고,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의 발자취를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게 이것인지라 쉽게 버리지 못하고 썼던 것 같다. 회사에 다니니 예전처럼 집에서 PC를 만질 시간도 없어서 성능에 큰 불만도 없었고...

 

그러나 올해들어 인터넷 창 하나 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된지라 급히 수소문을 해서 중고 본체 하나를 얻고 이 PC와 이별하기로 했다. 이번주 초에 새 본체를 받았는데 그동안 바빠서 손도 못대고 있다 오늘에서야 새 본체를 연결하고 고물 PC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군대 다녀와서 열심히 살아보겠단 다짐, 야구 보고 기사 쓰고, 칼럼 쓴다고 하루종일 붙어앉아 있고... 살면서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이런저런 생각 블로그에 남기기, 학교 과제, 취업 준비까지... 그렇게 8년을 함께해온 자식같은 PC를 떠나보내려니 시원섭섭하다. 사람을 보낼때도 이런 맘이 들까?

 

물건에 왜 감정을 싣냐고 뭐라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그렇게 감정을 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 PC에 앉아 글을 쓰니 바보같이 가슴이 먹먹해진다. 물론 하드디스크는 떼어서 계속 자료저장용으로 활용하겠지만... 그래도... 이미 4년전에 고장나버린 DVD 드라이브, 아직도 왠만한 PC보다 빠른 USB 처리속도를 자랑하는 저 카드리더기는 영원히 안녕이다.

 

아등바등대며 살았지만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인생의 한 장(章)을 함께 해준 고물PC. 새로운 PC에서도 너의 추억과 역할을 잊지 않을테니 어디선가 고철이 되어도 주인은 잊지 말아다오. 이제 진짜 안녕이다. 그동안 고생했어.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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