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안철수 대선출마 선언, 그리고 이헌재

잡설 | 2012. 9. 19. 23:23
Posted by 베이(BAY)



총선을 앞둔 2월에 안철수의 정계진출 선언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길 블로그에 썼었다. 결국 안철수는 총선도 5개월이 지난 9월 19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뭐가 어쨌든 그가 나섰단 점은 환영할만하다. 아직도 그가 어차피 대선에 나올거면 총선에서 국정을 이끌 토대를 마련하고 출마 선언을 했어야 한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어쨌든 그는 대통령의 꿈을 향해 힘든 길을 시작했다. 


기자회견 생방송 이런 것을 챙겨보는 타입이 아니지만 오늘 안철수의 기자회견만은 생방송으로 시청하고픈 맘이 있었다. 그런데 기자회견 10분 전에 TV에 비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이헌재. 


이헌재는 구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집단인 '모피아' 의 수장으로 불리는 인물로 최근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등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한국경제에 신자유주의 논리를 정착시킨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진보적인 경제 전문가나 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 이헌재는 대한민국 경제의 양극화라는 헬게이트를 연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안철수가 대선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헌재와 악수를 나눴다. 그동안 국가 관련 기관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했던 안철수기에 이헌재와 어떻게든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사진의 모습은 사람들이 안철수에 기대하는 바와 안철수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실제로 펼칠 정책이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했다.


안철수가 이념적으로 어느 정도 선상에 서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 함께하지 않을 것임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헌재라는 인물과 함께함을 보여준 것은 좀 오버일수도 있으나 에러다. 좀더 폭넓게 인재를 구하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이헌재와 함께 하는 것은 모피아, 대기업, 기타 자본가 세력을 안고 노동자와 사회 약자들은 무시할 수도 있단 인상을 풍길 수 있다. 대통령이 되면 전리품 형식으로 공직을 나눠갖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헌재와 그를 위시한 네트워크는 아직 관료사회에 뿌리깊게 자리하고 있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같이 일해야 할 사람도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휘둘릴 가능성도 있단 것이다.


따라서 안철수는 기득권세력과 선을 긋기로 했다면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헌재가 비난을 많이 받지만 분명 뛰어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안철수의 청사진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전력을 이미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가 '선한 이명박' 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고 대한민국 역사에 남을 훌륭한 정치인이 되려면 생존본능을 바탕으로 접근해오는 이런 인물들부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적지않은 노동자 및 하층계급의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것이며 설사 대통령이 된다 해도 오늘 우리가 느꼈던 뭉클함과 감동의 국정을 보여주지 못하리라 본다. 오늘 기자회견에 이헌재가 아닌 노동계 인사나 노동운동 전문가들을 모셨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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