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김현철 1집 (1989)

문화/음악 | 2014. 1. 4. 23:18
Posted by 베이(BAY)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십니까 하고 물어보면 난 주저없이 김현철 이라고 대답한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고 그의 음악을 듣는다.
차 안의 CD에도, MP3 플레이어에도 언제나 김현철의 음악이 있다. 거의 김현철 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도 하다.

김현철을 처음 안건 영화 '그대안의 블루' OST를 통해서였던거 같고... 중학교 1학년때인 1993년에 나온 3집 앨범을 통해 그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당시에는 생애 최고의 명반이라는 이 앨범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달의 몰락' 이라는 노래가 주는 임팩트가 너무 강했기에 거기 빠져들었고 이후 계속 김현철을 좋아했던 것...

1집의 수록곡들은 대학교 들어와서 하나둘씩 듣게 되었고, 이 CD를 구한것은 얼마 전 일이다. 1989년이면 CD가 나올때였나... 여튼 지금 사진속의 CD는 이후 신나라레코드에서 내놓은 것인거 같다.
CD를 구하기 전에 MP3를 입수해 집에서 들어보곤 했는데 집중이 잘 안되서 CD를 찾아 듣고 또 듣고 하다보니 수록곡 전부가 하나씩 귀에 들어온다.

Track 1 오랜만에 (4:59)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시(詩)가 매력적인 이유가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는데 이 노래가 바로 시적 매력을 갖고 있는 노래 같다.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아무에게라도 말해주고 싶은... 오랜만에 느끼는 이 기분... 과연 무엇일까?
노래를 들어본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사가 아직도 알쏭달쏭하고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더욱 흥미롭다.

Brass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 신디사이저로 만들어낸 색소폰 소리, 간주 부분의 기타 연주가 최고의 백미...
발랄하고 흥겨운 재즈 리듬은 이후 김현철 음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부분이다.

늦게 일을 마치고 뻥 뚫린 강변도로를 달릴때... 창문을 열고 반대편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며 이 노래를 들으면 나도 김현철이 된거 같다.  머리결을 스치는 바람... 가슴속을 메워주는 불빛... 이때만은 나도 팍팍한 도시 속 감수성 풍부한 소년이 된 것 같다.

Track 2 눈이 오는 날이면 (5:08)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눈이 오는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과 연관지어 부르는 노래...
여기서도 가사는 감수성 짙게 전개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이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낼듯 말듯 한다.
좋았던 기억인지... 그렇지 않았던 기억인지... 듣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하며 이 노래를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밖에 눈이 오는데 비가 안오고 눈이 와서 슬픔이 쌓여있는듯해 기분이 착잡했던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노래다. 다른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Track 3 춘천가는 기차 (5:02)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누구나 힘들고 지칠때 자기를 다잡을 수 있는 그런 곳이 필요할 것이다. 김현철은 춘천을 선택했다.
낡아빠진 청량리역에서 표를 끊어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개찰구를 지나 온갖 사람들이 올라탄 복작한 기차안...
굽이굽이 한강을 따라 가야 하기에 빠르게 달리지 못하던 경춘선 열차... 여유있게 가던 그 기차속에서 우리도 여유를 찾는다.

그러나 이제 이 노래와 같은 춘천가는 기차는 없다. 경춘선 전철화로 강을 따라가는 굴곡노선은 모두 없어지고 산과 계곡을 터널로 뚫으며 경춘선은 지나간다. 춘천역에 기차가 다니지 않은지는 오래됐다.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그래서 노래를 들을때마다 그 옛날의 경춘선 열차를 탔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고 떠올린다...

김현철의 풋풋한 감성이 영악하게 바뀌어 간것처럼 춘천가는 기차도 영악하게 바뀌어 간다.

Track 4 아침 향기 (3:34)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아침 노래 하면 새마을 노래처럼 졸린 눈을 부비고 박차고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노래는 약간은 느지막히 잠에서 깨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 햇살을 맞은후 다시 자리에 누워 아침의 여유를 느끼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아, 이런 여유있는 아침을 맞아본게 언제인지...

Track 5 동네 (4:43)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나도 지금 사는 이 동네가 벌써 26년째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이곳 저곳에서 나의 옛날 흔적들이 보인다.

고등학교 축제 끝나고 진탕 술을 먹고 뻗어있던 건물 지하 출입구 앞... 수줍게 처음 사탕을 주며 고백했던 학원 건물... 뒤늦게 알았던 나를 짝사랑한 그녀와 걷고 걷던 거리들...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걸었던 집 앞 거리... 짧지 않은 서른해를 넘도록 소중했던 기억이 감춰진 이 동네가 떠나기 싫을때가 바로 이 노래를 들을때이다.

Track 6 비가 와 (5:05)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김현철이 4집에서 이 노래를 한번 리메이크 했던것 같다. 그때는 연주곡이었던것 같다.
CD로 1집을 들으며 새롭게 건진 명곡이다. 비가 오면 느끼게 되는 약간은 축 처진듯한 느낌... 왠지 눈물이라도 날 것 같은 그 느낌을 진짜 잘 표현한 것 같다. 애절한 보컬에 흐르는 색소폰이 감정을 마구 격앙시켜 버린다.

Track 7 나의 그대는 (4:54)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눈을들어 바라보곤 그냥가긴 웬지 섭섭했나 가다몰래 뒤돌아본 나의 그대는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모습을 등질순 없었나 가다몰래 뒤돌아본 나의 그대는
어차피 숨길수 없는 입가에 가득한 웃음 그건 왜 그건 왜
아무말 하지 않아도 그모습이 내게 얘기하지 참았던 웃음 터져버린 나의 그대는

아, 이런 간지러운 사랑의 느낌... 좋아해도 말못하고 표정만 전하고 뒤돌아서 웃기만 하던 그때... 지금은 이럴수 없겠지.
스물다섯이 넘으면 이런 가사를 쓰기도 힘들 것 같다. 이런 감정을 느끼기엔 세상은 너무도 금방 팍팍해지니까...

Track 8 형 (5:05)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김현철은 원래 고교시절부터 동네에서 알아주는 '음악하는 소년' 이었고 그룹 '어떤날' 의 조동익을 통해 첫 앨범을 낼 수가 있었다. 지금의 자리에 있도록 출발점을 잡아준 조동익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한다.

4집 이후 상업적 음악으로 스타일이 변화한 김현철에게 조동익은 옛날의 감성을 찾아라... 그는 머리가 좋기 때문에 반드시 옛날의 감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단다. 그러나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고 감성을 되찾을거면 누구나 다 그럴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세상의 때가 묻어 변하듯 김현철도 그렇게 변한건데...


10곡 내외가 수록된 음반을 듣다보면 듣고 싶은 노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노래도 있다. 그런데 참 이 음반은 버릴 노래 없이 모두가 다 좋다. 나만 느끼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현철은 주류속의 비주류 가수들을 대거 배출한 동아기획 소속이다. 사실 동아기획 출신의 선배들 노래는 좀 어렵고 마이너 취향이 강하다. 특히 어떤날 음반은 나에게 초등학생이 본 미적분 같은 느낌을 줬다.

그런 사람들보다는 어렵지 않지만 음악적 구성이나 가사의 느낌은 절대 뒤지지 않고 대중에게도 쉽게 와닿으며, 다른 통속적인 발라드보다는 세련되게 만들어져 있기에 김현철 1집이 많은 사람에게 명반으로 취급받는 듯 하다.


참고로 이 노래들과 같이 들으면 좋을듯한 노래들도 적어본다. 뭐 특별한 연관성은 없고, 비슷하거나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해도 분위기는 다른... 생각나는대로 적은 노래들이니 '왜 이걸 추천해!!' 라고 태클 걸지는 마시고... ㅎㅎ

앞으로 이런 식으로 노래의 끝을 잇고 이어나가는 일들을 계속 해볼까 한다.


1. 오랜만에 : 김현식 '도시의 밤', 권진원 '집으로 가는길'
2. 눈이 오는 날이면 : 김광진 '눈이 와요'
3. 춘천가는 기차 : 전람회 '여행'
4. 아침 향기 : 김현철 '아침에 그노래는', 이승환 '아침산책', 토이 '새벽그림'
5. 동네 : 동물원 '혜화동'
6. 비가 와 : 이적 'Rain', 이승훈 '비오는 거리'
7. 나의 그대는 : 이규호 '내일도 만날래', 허밍어반스테레오 '하와이안 커플'
8. 형 :



※ 이 포스트는 제가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http://bay80.tistory.com/115) 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새롭게 블로그를 관리하기 위해 예전 블로그의 글을 하나씩 이관하고 있습니다.
    그러실 분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남의 글을 그대로 퍼 왔다는 오해는 안하셔도 됩니다^^
    (2009.05.0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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