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김현철 3집 (1993)

문화/음악 | 2014.01.04 23:21
Posted by 베이(BAY)


지난번에 김현철 1집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고 오늘은 2집을 뛰어넘어 3집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할까 한다.
2집은 본격적으로 들어본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까지 뭐랄까... 감상평을 쓸만큼 와닿지 않는다. 당분간 계속 틈틈이 들어서 소재를 찾아야 할듯 하다.

김현철의 정규앨범 중 내가 가장 많이 듣고 접한 앨범이자 김현철이라는 가수를 알게 된 계기가 된 3집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집 이야기를 할때도 잠깐 언급했지만 난 3집 이전까지만 해도 김현철이라는 가수를 잘 몰랐다. 그 당시는 신승훈과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를 양분하고 있었다. 윤상은 2집까지만 발매하고 가수는 그만한다는 선언을 했었고... 아직 전람회나 토이, 더 클래식 같은 가수들은 나오기 전이었으니까...

별밤의 영향으로 이문세에 빠져들 무렵, 우연히 라디오에서 새 앨범을 냈다는 김현철이라는 가수를 알게 됐고, 그가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달의 몰락에 꽂혔다. 곧바로 동네 음반가게에서 그의 테이프를 구매했다. 그 테이프는 아직도 내 방에 고이 모셔져 있다. CD는 지난달에 중고 카페를 통해 미개봉 CD를 구했다.

김현철의 3집 앨범은 순수함과 감성이 많이 묻어나 있는 1,2집과 이후 상업적이고 표피적인 측면에만 치중해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4집 이후의 앨범들과의 경계선상에 있는 음반으로, 김현철이 보여준 2가지 음악 스타일을 교묘하게 모두 맛볼 수 있는 그런 앨범이다.

여전히 중의적이고 감성적이며 심금을 울리는 가사와 신디사이저에 기반한 약간은 촌스러운 듯한 음악은 1,2집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초기 음반에 비해 늘어난 세션맨들의 비중, 그로 인해 훨씬 세련됐다고 평가되는 편곡등은 이후의 음악과 많이 맞닿아 있다.

3집 앨범 이후 방송 출연보다는 공연과 음반으로 활동하던 가수가 아닌, DJ와 각종 음반 제작, 영화OST 참여등으로 활동적인 모습을 보인 김현철은 이후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골수팬들의 마음은 잃은 '아쉬운 뮤지션' 이 되고 만다.


Track 1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 (5:40)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그 전에는 가요 음반에 연주곡이 있는 것을 많이 보지 못했다. 있어봤자 경음악 정도였다.
테이프를 처음 틀자마자 시작되는 경쾌한 선율... '달의 몰락' 이 듣고 싶었지만 몇십초만에 이 연주곡에 빠져 '달의 몰락' 을 꼭 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5분여의 연주곡은 초반 손진태의 기타 솔로를 중심으로 전개되다 김현철의 스캣 보컬과 함께 김광민의 건반 솔로가 이어진다. 초등학교때부터 약 6년간 피아노를 배워온 나에게 김광민의 건반 솔로 부분은 전율 그 자체였다. 지금도 기회가 되면 건반 연주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건 이 곡의 영향이 크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철이 횡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차가 너무 밀렸고, 그 상황속에서 이 음악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설(說)과는 다르게 음악은 경쾌하고 물 흐르듯 흘러간다. 달리는 차 안에서 드라이브 음악으로는 손색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을 옆에 둔채 밤길 고속도로를 달리며 들으면 딱 좋은 곡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후 음반에서도 김현철이 수준급의 연주곡들을 내놓았지만, 그래도 난 이 곡을 김현철의 연주곡 중 Best로 꼽고 싶다.

Drums 김민기, Bass 조동익, Guitar Solo 손진태, Percussion 박영용, Keyboards, Steel Drum Solo 정원영
Keyboards, Elec Piano Solo, Synth Solo 김광민, Keyboards, Guitar Melody, Scat Vocal 김현철



Track 2 우리 언제까지나 (Feat. 이은미) (4:12)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지금은 맨발의 디바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이은미지만 이때만 해도 아직까진 평범한 발라드 가수였다.
'기억 속으로' 라는 노래가 드라마에 삽입됐었는데... 그걸 통해서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은미...
이문세쇼였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때 이은미가 긴 생머리를 하고 수줍게 진행자의 농담에 어쩔줄을 몰라하며 해맑게 눈웃음을 지을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뭔가 무시못할 포스를 풍기는데다 머리까지 폭탄머리(?)를 하고 계신...;;

2집부터 듀엣곡(조규찬과 함께한 나나나)을 하나씩 넣기 시작한 김현철은 4집에서는 솔리드, 5집에서는 임상아, 6집에서는 여행스케치, 7집에서는 윤사라와 호흡을 맞추며 곡을 하나씩 발표했다. 혹자들은 이 듀엣곡들이 상업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왜 듀엣곡을 넣는 것이 상업적인지 잘 모르겠다.

뭐 특별한 것은 없고 우리 너무 사랑한다, 눈뜰때 잠들때도 생각한다, 아무 간섭없이 영원히 사랑하자는 전형적인 노래다.

Drums 김민기, Fretless Bass 조동익, Guitar 손진태, Piano 정원영, Keyboards, Percussions 김현철


Track 3 달의 몰락 (4:11)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김현철의 3집 타이틀곡이다.
무슨 상황을 얘기하는 것 같긴 한데 작사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과 그저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노래의 를 시작점을 발견하는 것이 김현철 음악의 매력인데 1집에 '오랜만에' 가 그렇다면 3집에서는 '달의 몰락' 이 그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김현철에게 얘기한 '달' 은 진짜 달인지, 아니면 김현철의 구애를 받아내야 할때마다 그를 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는지, 아니면 그녀의 김현철에 대한 사랑을 대신 표현한 것인지... 다양한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김현철은 지는 달을 보면서 헤어진 그녀를 같이 잊기로 한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저물어가는 달에 이입시킨 것... 나름 시인의 포스를 가사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달이 진다... 달이진다...' 는 한숨섞인듯한 인트로와 중반에 1-2초 정도의 침묵 (마치 음악이 끝난것 같아 라디오PD들이 많이 낚이셨다는 에피소드가),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나도... 그녀를... 잊을 수 있다' 는 당시 나온 다른 곡들의 편곡과 다르게 파격적이고 세련됨을 보여준다.

All Instrumental 김현철, Sax 이정석, Guitar Solo 손진태, Backgroud Vocal 박승화, 김현철


Track 4 음악은 (Feat. 유정연) (3:53) (김현철, 유정연 작사/작곡/편곡)

2번 트랙에 이은 김현철의 또다른 듀엣곡이다.
김광석의 '나의 노래' 처럼 그동안 자신의 인생에서 음악이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해왔는지를 들려주는 노래다.
음악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이런 노래를 만들고 싶을게다.

Drums 김민기, Bass 조동익, Guitar 손진태, Percussion 박영용, Piano, Organ 김광민, Keyboards 김현철


Track 5 언제나 그댈 (4:18)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키보드의 맑은 음색, 마음속을 후벼파는 색스폰 소리, 기교없이 감정이 차오르는대로 질러내는 김현철의 보컬이 어우러져 애절함을 던져주는 노래다. 개인적으로는 '달의 몰락' 보단 이 노래를 더 좋아한다.

떠나버린 연인, 끝나버린 사랑을 이제 추억으로 남기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지만 너무도 아쉽고 그 추억이 소중하기 잊을 수 없어 언제나 그댈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김현철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Drum Programming, Bass, Keyboards 김현철,
Auditional Keyboard 정원영, Sax Solo 이정식, Background Vocal 박승화 ,김현철



Track 6 오늘 이 밤이 (3:53)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도시라는 공간이 감성과는 참 거리가 멀다. 도시에서 낭만과 감성을 찾기란 보통 일이 아닌듯 한데 이를 모티브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도시의 밤을 잘 녹여낸 노래다.

'휘황한 달빛 아래 그 꾸밈없는 웃음 꺼질듯이 피어나는 이밤' 이라는 가사가 제일 와닿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칠흙같은 이 밤도 밝게 태양이 빛나는 낮보다 아름답지 않겠는가.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한 세련된 재즈 편곡 또한 우수하다. 개인적으로는 곡 중간의 김광민 아저씨가 연주한 비브라폰 솔로 연주에 꽂혔다. 초등학교때 했던 실로폰과는 차원이 다른 맑은 소리~ 고운 소리~

Drum Programming, Bass, Keyboards 김현철, Guirar Guitar Solo 손진태, Percussion 박영용,
Keyboards, Synth Solo 정원영, Synth-V/Braphone Solo 김광민, Cymbal Dubbing 전태관,
Background Vocal 박승화 ,김현철



Track 7 결혼 X (이른나이 - 늦은나이) = 힘든나이 (4:09)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이 노래를 만들었을때 김현철이 스물여섯이었을게다.

연상의 여인이라도 사귄 것일까. 자긴 결혼하기 이른 나이고 그녀는 결혼하기 늦은 나이라며 둘이 함께 하는 것 말고도 복잡한 이유가 있다는 결혼의 속성을 투덜거리듯 표현해 낸다.

결국 결론은 결혼하기 너무나 힘든 사이 아니었을까... 매우 현실적인 노래라고 생각한다.

다른 곡들과는 달리 '낯선 사람들' 이라는 그룹의 리더로도 유명한 고찬용의 멋드러진 백보컬이 일품이다.

Drums 김민기, Bass, Guitar, Keyboards, Synth Solo 김현철, Background Vocal 고찬용


Track 8 진눈깨비 (4:59) (조동진 작사/작곡/편곡)

1986년에 발표된 조동진의 노래를 김현철이 리메이크 했다.
조동진의 원곡이 좀 오래된거라 어디서 들어볼 수가 없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하늘에서 내리는 진눈깨비, 그 진눈깨비에 흔들려 초점없이 흘러가는 도시의 불빛, 그리고 외로운 마음...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의 절정을 잘 표현한 노래가 아닐지. 정말 듣기만 해도 마음이 싸해지는 뭔가가 있는 노래다.

All Instrumental 김현철


Track 9 만남 - Blue & Purple (3:44)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CD를 사면 CD에만 들어가는 보너스 트랙이 있곤 했다.
테이프에는 위에서 소개한 8곡만이 담겨 있다. CD에는 9번 트랙과 2,3번 트랙의 경음악까지 총 11개의 트랙이 담겨 있다.
별다른 정보도 없고 그냥 노래 제목만이 나와있는데 CD 보너스 트랙으로 듣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울만큼 잘 만든 연주곡이다.
이 음악처럼 멋드러지게 색소폰 연주 한번 해볼 수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


김현철 CD의 뒷면이다. 이제는 추억속의 이름이 된 '동아기획' 의 이름이 보인다.
사진기가 접사가 안되는 똑딱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하단에 보면 추억의 심의번호도 있다.
당시 가요들은 모두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음반을 낼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그땐 그랬지' 다.


CD 속지의 마지막장에 보이는 김현철의 앳되고 마른 모습... 지금은 너무 후덕해 지셨다 -_-

사진 옆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져 있다.

'이 Album을 3년 반 동안, 나를 지탱케 해 준, 그리고 모든 가사의 주인공이 되 준, ToTo어멈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다. 그냥 추측상 김현철과 사귀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녀는 김현철보다 연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뭐 그정도?

이처럼 한 사람과의 사랑의 시작, 끝을 모두 농축해 담은 컨셉은 이후 '연애' 가 수록된 7집에서 다시한번 나타나게 된다.

사랑의 스토리에 맞춰서 음악 듣는 순서를 다시 정리해 본다면...
1번 -> 6번 -> 2번 -> 7번 ->3번 -> 5번 -> 8번으로 들어야 하나의 스토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김현철의 또 다른 앨범을 다시한번 돌아보았다.
그에게 있어서는 뮤지션으로 장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앨범, 대중적으로 한발 다가서는 계기를 만든 앨범이다.
동아기획의 딱지를 달고 나온 앨범은 이 앨범이 마지막이고 이후 김현철은 대형 음반사들과 계약을 맺고 독자 행보를 걸으며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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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상빈 2014.07.25 1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초대장좀 보내주실수 있을까요?
    ysb9087@naver.com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2. 2017.04.06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음악] 김현철 1집 (1989)

문화/음악 | 2014.01.04 23:18
Posted by 베이(BAY)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십니까 하고 물어보면 난 주저없이 김현철 이라고 대답한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고 그의 음악을 듣는다.
차 안의 CD에도, MP3 플레이어에도 언제나 김현철의 음악이 있다. 거의 김현철 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듯도 하다.

김현철을 처음 안건 영화 '그대안의 블루' OST를 통해서였던거 같고... 중학교 1학년때인 1993년에 나온 3집 앨범을 통해 그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했다. 당시에는 생애 최고의 명반이라는 이 앨범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달의 몰락' 이라는 노래가 주는 임팩트가 너무 강했기에 거기 빠져들었고 이후 계속 김현철을 좋아했던 것...

1집의 수록곡들은 대학교 들어와서 하나둘씩 듣게 되었고, 이 CD를 구한것은 얼마 전 일이다. 1989년이면 CD가 나올때였나... 여튼 지금 사진속의 CD는 이후 신나라레코드에서 내놓은 것인거 같다.
CD를 구하기 전에 MP3를 입수해 집에서 들어보곤 했는데 집중이 잘 안되서 CD를 찾아 듣고 또 듣고 하다보니 수록곡 전부가 하나씩 귀에 들어온다.

Track 1 오랜만에 (4:59)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시(詩)가 매력적인 이유가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는데 이 노래가 바로 시적 매력을 갖고 있는 노래 같다.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아무에게라도 말해주고 싶은... 오랜만에 느끼는 이 기분... 과연 무엇일까?
노래를 들어본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사가 아직도 알쏭달쏭하고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더욱 흥미롭다.

Brass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전에 신디사이저로 만들어낸 색소폰 소리, 간주 부분의 기타 연주가 최고의 백미...
발랄하고 흥겨운 재즈 리듬은 이후 김현철 음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 부분이다.

늦게 일을 마치고 뻥 뚫린 강변도로를 달릴때... 창문을 열고 반대편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며 이 노래를 들으면 나도 김현철이 된거 같다.  머리결을 스치는 바람... 가슴속을 메워주는 불빛... 이때만은 나도 팍팍한 도시 속 감수성 풍부한 소년이 된 것 같다.

Track 2 눈이 오는 날이면 (5:08)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눈이 오는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과 연관지어 부르는 노래...
여기서도 가사는 감수성 짙게 전개되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이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낼듯 말듯 한다.
좋았던 기억인지... 그렇지 않았던 기억인지... 듣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하며 이 노래를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밖에 눈이 오는데 비가 안오고 눈이 와서 슬픔이 쌓여있는듯해 기분이 착잡했던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노래다. 다른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Track 3 춘천가는 기차 (5:02)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누구나 힘들고 지칠때 자기를 다잡을 수 있는 그런 곳이 필요할 것이다. 김현철은 춘천을 선택했다.
낡아빠진 청량리역에서 표를 끊어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개찰구를 지나 온갖 사람들이 올라탄 복작한 기차안...
굽이굽이 한강을 따라 가야 하기에 빠르게 달리지 못하던 경춘선 열차... 여유있게 가던 그 기차속에서 우리도 여유를 찾는다.

그러나 이제 이 노래와 같은 춘천가는 기차는 없다. 경춘선 전철화로 강을 따라가는 굴곡노선은 모두 없어지고 산과 계곡을 터널로 뚫으며 경춘선은 지나간다. 춘천역에 기차가 다니지 않은지는 오래됐다.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그래서 노래를 들을때마다 그 옛날의 경춘선 열차를 탔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리고 떠올린다...

김현철의 풋풋한 감성이 영악하게 바뀌어 간것처럼 춘천가는 기차도 영악하게 바뀌어 간다.

Track 4 아침 향기 (3:34)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아침 노래 하면 새마을 노래처럼 졸린 눈을 부비고 박차고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그런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노래는 약간은 느지막히 잠에서 깨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 햇살을 맞은후 다시 자리에 누워 아침의 여유를 느끼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아, 이런 여유있는 아침을 맞아본게 언제인지...

Track 5 동네 (4:43)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나도 지금 사는 이 동네가 벌써 26년째다.
차를 타고 지나가며,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 이곳 저곳에서 나의 옛날 흔적들이 보인다.

고등학교 축제 끝나고 진탕 술을 먹고 뻗어있던 건물 지하 출입구 앞... 수줍게 처음 사탕을 주며 고백했던 학원 건물... 뒤늦게 알았던 나를 짝사랑한 그녀와 걷고 걷던 거리들...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걸었던 집 앞 거리... 짧지 않은 서른해를 넘도록 소중했던 기억이 감춰진 이 동네가 떠나기 싫을때가 바로 이 노래를 들을때이다.

Track 6 비가 와 (5:05)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김현철이 4집에서 이 노래를 한번 리메이크 했던것 같다. 그때는 연주곡이었던것 같다.
CD로 1집을 들으며 새롭게 건진 명곡이다. 비가 오면 느끼게 되는 약간은 축 처진듯한 느낌... 왠지 눈물이라도 날 것 같은 그 느낌을 진짜 잘 표현한 것 같다. 애절한 보컬에 흐르는 색소폰이 감정을 마구 격앙시켜 버린다.

Track 7 나의 그대는 (4:54)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눈을들어 바라보곤 그냥가긴 웬지 섭섭했나 가다몰래 뒤돌아본 나의 그대는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모습을 등질순 없었나 가다몰래 뒤돌아본 나의 그대는
어차피 숨길수 없는 입가에 가득한 웃음 그건 왜 그건 왜
아무말 하지 않아도 그모습이 내게 얘기하지 참았던 웃음 터져버린 나의 그대는

아, 이런 간지러운 사랑의 느낌... 좋아해도 말못하고 표정만 전하고 뒤돌아서 웃기만 하던 그때... 지금은 이럴수 없겠지.
스물다섯이 넘으면 이런 가사를 쓰기도 힘들 것 같다. 이런 감정을 느끼기엔 세상은 너무도 금방 팍팍해지니까...

Track 8 형 (5:05) (김현철 작사/작곡/편곡)

김현철은 원래 고교시절부터 동네에서 알아주는 '음악하는 소년' 이었고 그룹 '어떤날' 의 조동익을 통해 첫 앨범을 낼 수가 있었다. 지금의 자리에 있도록 출발점을 잡아준 조동익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한다.

4집 이후 상업적 음악으로 스타일이 변화한 김현철에게 조동익은 옛날의 감성을 찾아라... 그는 머리가 좋기 때문에 반드시 옛날의 감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단다. 그러나 머리가 좋고 똑똑하다고 감성을 되찾을거면 누구나 다 그럴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세상의 때가 묻어 변하듯 김현철도 그렇게 변한건데...


10곡 내외가 수록된 음반을 듣다보면 듣고 싶은 노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노래도 있다. 그런데 참 이 음반은 버릴 노래 없이 모두가 다 좋다. 나만 느끼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현철은 주류속의 비주류 가수들을 대거 배출한 동아기획 소속이다. 사실 동아기획 출신의 선배들 노래는 좀 어렵고 마이너 취향이 강하다. 특히 어떤날 음반은 나에게 초등학생이 본 미적분 같은 느낌을 줬다.

그런 사람들보다는 어렵지 않지만 음악적 구성이나 가사의 느낌은 절대 뒤지지 않고 대중에게도 쉽게 와닿으며, 다른 통속적인 발라드보다는 세련되게 만들어져 있기에 김현철 1집이 많은 사람에게 명반으로 취급받는 듯 하다.


참고로 이 노래들과 같이 들으면 좋을듯한 노래들도 적어본다. 뭐 특별한 연관성은 없고, 비슷하거나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해도 분위기는 다른... 생각나는대로 적은 노래들이니 '왜 이걸 추천해!!' 라고 태클 걸지는 마시고... ㅎㅎ

앞으로 이런 식으로 노래의 끝을 잇고 이어나가는 일들을 계속 해볼까 한다.


1. 오랜만에 : 김현식 '도시의 밤', 권진원 '집으로 가는길'
2. 눈이 오는 날이면 : 김광진 '눈이 와요'
3. 춘천가는 기차 : 전람회 '여행'
4. 아침 향기 : 김현철 '아침에 그노래는', 이승환 '아침산책', 토이 '새벽그림'
5. 동네 : 동물원 '혜화동'
6. 비가 와 : 이적 'Rain', 이승훈 '비오는 거리'
7. 나의 그대는 : 이규호 '내일도 만날래', 허밍어반스테레오 '하와이안 커플'
8. 형 :



※ 이 포스트는 제가 예전에 운영하던 블로그(http://bay80.tistory.com/115) 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새롭게 블로그를 관리하기 위해 예전 블로그의 글을 하나씩 이관하고 있습니다.
    그러실 분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남의 글을 그대로 퍼 왔다는 오해는 안하셔도 됩니다^^
    (2009.05.0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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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3/4 안철수 출마, 대통령 담화문 이야기

잡설 | 2013.03.05 08:41
Posted by 베이(BAY)

1. 안철수 노원병 출마선언

연휴동안 안철수 교수 (마땅한 호칭이 없으므로 교수로)가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의 국회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서울 노원병 지역구 4월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상당히 비판적인 여론이 많다. 상대적으로 야권 성향이 강한 서울을 택하고 본인의 고향이자 지역주의의 본산인 부산을 버렸기 때문이다.


작년 총선때부터 안철수는 정치 참여 의사를 밝혀놓고는 이래저래 상황을 재는 모습을 보여왔다. 대선 패배를 두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지만 나는 안철수가 너무 촉박하게 정치참여 및 대선 출마를 선언해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 아쉽고 이렇게 '안전빵 정치' 만 추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적지 않은 실망을 느꼈다.


그동안 나름 성공가도만을 걸어온 인생이라 실패가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보신주의' 로 느껴질 정도의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는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없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모두 목숨바쳐 정치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도 방식이 어쨌든 바닥까지 떨어진 구)한나라당을 자기 힘으로 살려내며 수구 진영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안철수는 이에 비하면 한참 처지는 모습이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무엇보다 맹목적인 새누리당 지지층 중 하나인 서민, 빈민층을 끌어안아야 하는데 이렇게 안철수가 손에 피 안묻힐 생각만 한다면 과연 사람들의 바람대로 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 봐선 힘들 것 같다. 다른 인물, 다른 세력을 찾아야 할 상황 같다.


2. 박근혜 대통령 담화

취임 8일만에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됐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머물러 있으니 민심과 여론을 바탕으로 원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답답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방법으로써는 적절한 조치였을지 모르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협상과정과 여야의 의견을 깡끄리 무시하는 처사였단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국회가 개판이고 국회의원이 개판이라지만 정해진 시스템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윤여준 전 장관의 '팟캐스트 윤여준' 2월 28일 방송에서 윤여준은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은 의사결정을 직접 하기보단 의사결정 과정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심판 및 참관자의 역할을 해라, 집권여당에 힘을 싫어줘라, 반대나 협상도 정치과정의 하나임을 잊지 마라. 과연 박근혜 대통령은 이 중 무엇을 생각하고 지켰을까?


3. 예비역 장성의 현실 - 이털남

오랜만에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이털남)' 를 들었는데 마침 어제부터 시즌2가 시작됐다. 군과 권력의 실체를 파헤치는 디펜스21 김종대(김종배 아님) 편집장의 코너가 매우 흥미로웠다.


최근 군 출신 인사들의 국가 주요보직 입성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특히 예비역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것은 환갑이 채 못되어 퇴역해야 하는 장성들의 현실, 국가를 위해 봉사했고 수많은 장병들을 거느리며 생긴 자존감과 권위의식이 사회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며 생기는 일종의 권력화 현상이라는 것. 이렇게 계속 뭔가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예비역과 군을 장악하고픈 정치인이 결합해 각종 인사에서 군 출신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벌써 군인들 사이에서 하나회 같은 사조직은 아니라도 출신고 및 지역에 따른 파벌주의가 득세하며 퇴역 후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물고 뜯는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중이란다.


그들의 권력욕도 문제지만 퇴역군인들에 대한 제대로 된 관리가 없는 군의 현실도 문제인 듯 하다. 여튼 지루하기만 한 요즘 정치 이야기 속에서 매우 신선하게 느껴진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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