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통합진보당의 팟캐스트 '노회찬 유시민의 저공비행' 4회가 업로드 됐다. '새누리당' 으로 당명을 바꾼 한나라당의 실체를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어렸을때부터 옆에 앉혀놓고 신문을 보게한 아버지 덕에 어느정도 이 역사를 남들에 비해서는 잘 아는 편인듯 하다. 하지만 블로그 유입경로를 보니 저공비행을 많이 검색하고 계셔서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나도 한번 이 수꼴정당의 역사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방송내용과 기타 정보 등을 종합해 집단의 발자취를 다뤄보기로 했다.

1.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약칭 국보위)


1979년 12.12 사태로 박정희 사후 혼란했던 한국사회를 장악한 신군부세력은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1980년 5월 27일 국보위를 출범시켰다. 비상계엄령 확대, 국회 해산, 비상기구 설치라는 신군부 3대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국보위. 허수아비 대통령 최규하가 의장이었고 실질적인 업무를 담당한 상임위원회 의장이 바로 당시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였던 전두환이었다.

상임위원회는 총 30명이었는데 군 장성이 18명이었다. 국가안보 강화, 사회정의 구현, 정치/경제 발전을 명목으로 이들은 수많은 만행을 저질렀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정치인 활동규제. 당시 거물급 정치인이던 김영삼의 강제 정계은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조작, 김종필의 부정축재자 낙인찍기 등을 비롯, 수많은 정치인들을 자기 멋대로 활동규제 대상에 올려 정치적 자유를 억압했다.

이에 버금가는 것이 바로 언론통폐합. 이미 언론사마다 군인을 파견해 기사를 검열하던 신군부는 더욱 효율적인 통제방법으로 언론사의 통폐합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동양방송(TBC)과 동아방송(DBS)가 KBS에 합병됐고, 동양/합동통신사가 연합통신이 됐으며 MBC는 KBS에 65%의 주식을 강제 양도하며 졸지에 민영방송에서 공영방송으로 변신했다. 국민의 눈과 귀는 꽁꽁 막히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국보위의 대표적인 만행으로 꼽히는 것이 삼청교육대. 전과자 및 조직폭력배의 사회갱생이 목표였다지만 숫자 채우기라는 이름 아래 무고한 시민들이 이유없이 잡혀가 온갖 가혹행위를 당했다. 400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했고, 3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상해를 입은 일제시대에나 있을법한 사건이었다.

2. 민주정의당


국보위로 정권의 기반을 닦은 전두환은 1981년 1월 15일 민주정의당을 창당했다. 여기서 전두환은 민정당의 12대 대통령후보로 지명받았고 2월 25일 대통령선거인단의 '체육관 선거' 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국보위 주축 멤버들이 그대로 민정당에 옮겨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아시안게임 및 올림픽 유치, 3저 호황을 근거로 겉보기엔 태평성대를 누리는 듯 했지만 점점 달아오르는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를 지속적으로 탄압했고, 기업들에게 정치자금을 강제로 징수했으며 이에 반발하는 국제그룹을 공중분해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위원회에서 당으로 형태만 바뀌었을뿐, 정당성 없이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차지한 불법집단이나 다름없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위기에 직면했으나, 재빠르게 직선제 개헌안을 들고 나왔고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생명력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1988년 13대 총선에서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며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

3. 민주자유당


13대 총선 패배로 위기에 빠진 민정당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의석수 늘리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5공비리로 만신창이가 된 전두환의 잔재를 청산할 필요도 느꼈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런 국면의 탈출을 위해 김대중을 넘어 대통령이 되고 싶은 김영삼, 독자적으로 대권획득이 어려워 내각제를 주장하던 김종필과 야합해 1990년 2월 민주자유당을 창당했다.

5공비리의 실체가 드러났고 13대 총선으로 생명력에 위협을 받던 국보위-민정당 계열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이렇게 합당과 당명 변경으로 물타기를 시도한 것. 정치민주화는 사실상 중단됐으며 구태 정치인의 득세와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악습이 계속되는, 한국 현대정치사 최악의 사건, 최악의 정당이 바로 민자당이다.

4. 신한국당


1992년 김영삼은 거대여당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정권 초반 금융실명제 실시와 하나회 해체 등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던 김영삼은 정적 김대중의 정계복귀와 1995년 지방선거 패배로 위기에 빠진다. 그리고 내각제를 주장하던 김종필이 민자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해 아군의 일부를 잃었다. 그리고 1995년 들어 12.12 사태 등 과거 신군부 세력의 만행에 대한 진상조사가 실시되며 과거 세력과의 결별이 필요했다.

이에따라 김영삼은 민자당에서 민정계와 공화계를 모두 퇴출시키고 이회창, 박찬종, 김문수, 이재오, 정의화 등의 신진세력을 영입하며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변경했다. 덕택에 신한국당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139석으로 제1당이 됐고, 이후 자민련과 민주당 소속의원을 영입해 과반수 의석을 확보했다.

5. 한나라당


신한국당의 전성기는 얼마가지 못했다. 김영삼 정권 말기, 아들 김현철의 권력형 비리가 터지며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고 이후 경제식민지 전락의 계기가 된 1997년의 IMF 경제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에 당시 신한국당 대통령 후보 이회창은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하지 않고 있던 민주당 일부 세력을 영입하여 한나라당을 창당하고 김영삼의 잔재를 털어내려 했다. 이때가 1997년 11월, 대통령선거 한달 전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DJP 연합에 패해 야당이 됐다. 이후 2002년 대선에서도 이회창이 재출마했으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노무현에 패해 다시 야당이 되었다.

한나라당은 2003년 16대 대선기간동안 대기업으로부터 무려 800억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차떼기 사건' 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무리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도로 국민의 마음을 잃었다. 하지만 천막당사를 내세운 박근혜의 구원등판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얻어 기사회생했다. 이후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언론의 여론몰이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틈타 2007년 이명박이라는 희대의 괴물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10년만에 여당의 위치를 되찾는다.

하지만 곧바로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와 꾸준히 제기되어오던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토목사업, 언론 및 인권 탄압, 영일대군 이상득과 이명박 측근을 중심으로 한 각종 비리, 대권에 욕심내다 한나라당 전체에 '빅엿' 을 안긴 오세훈의 서울시장 사퇴 등으로 차기 대권 수성이 어려워졌다. 이에 홍준표 대표를 사퇴시키고 박근혜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족했으며 쇄신을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 으로 바꾸기로 결정, 15년 가까운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30년전부터 거슬러 오르면 국보위부터 새누리당까지의 유사한 행동패턴이 있다.

1. 정권 획득 및 유지를 위하여 당명 개정, 조직의 합병 등을 실시했다.
2. 인권을 탄압하고 언론을 정치적으로 활용했다.
3. 자신의 권력유지에 방해가 되는 세력을 몰아내는 척 하고 당명을 바꿔 눈속임을 했다.
4. 거액의 정치자금 수수, 각종 뇌물수뢰 등 '돈맛' 에 빠진 정치행태를 계속 보여주고 있다.

이 수구꼴통의 역사를 보며 여기서 나갈 놈은 나갔는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는 새누리당 지지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신세력의 대표주자 박근혜가 1997년 한나라당 창당과 함께 입당했고 2006년 김종필의 자민련 세력이 한나라당에 흡수됐다. 2003년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은 12대 민정당 의원이었고 신한국당 창당시 실세였던 김윤환 역시 민정계였다.

결국 왔다갔다하고 당명을 바꾸며 사람들의 눈길을 피했을뿐, 이들은 여전히 30여년째 국보위를 뿌리로 하고 있는 세력이다. 여기에 박정희 군부독재 세력까지 합류한 그야말로 대한민국 역사를 몇십년 후퇴시킨 장본인들의 집합체다. 쇄신, 국민을 위한 정치 이런 것에 속지 말자. 민정당때부터 보던 단골메뉴다. 최소 새누리당을 지지할 의시가 있더라도 분명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정권을 뿌리로 한 이 조직이 과연 그 잔재를 확실히 벗어던지는지를 비판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내 입맞에 맞는 정치세력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선거에서는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그 실체와 뿌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잘생겼고, 유명하다 해서 무비판적으로 수구 세력 정당의 후보를 뽑는다면 우리 생활은 나아질 수 없다. 아는 것이 힘이다. 이 허접한 정리가 많은 사람들의 정당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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