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닥치고 정치 (2011)

문화/책 | 2012. 2. 3. 21:54
Posted by 베이(BAY)


닥치고 정치 (2011)
저자 : 김어준, 지승호
출판사 : 푸른숲
구입일 : 2011.10.24
구입처 : 도서 11번가

첫번째 다 읽은날 : 2011.11.17

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인터넷을 시작하면서 재밌는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딴지일보' 였다. 그 특유의 문체와 세상에 대한 독특한 시각. 조선일보가 왜 나쁜지를 알게 해준 그 사이트. 한때 딴지일보의 '헌팅 실험' 기사를 보며 길거리에서 여자들 헌팅을 해볼까 했던 기억도 난다.

이후 무슨 연유에서인지 딴지의 힘이 좀 떨어지고 갑자기 '남녀불꽃노동' 이 화두로 등장하며 각종 야시시한 내용과 성인용품 판매가 이뤄지던 '남로당' 이란 사이트가 등장하더니 그것도 영 시들시들... 그렇게 나에게 잊혀지던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화려하게 다시 대중 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나는 꼼수다' 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리고 그는 방송을 준비하며 같이 기획했던 명랑시민 정치교본을 내놓았다.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된 '닥치고 정치' 가 그것이다.

평소 멋지고 무겁고 신사적인 멘트보단 강렬하고 극단적인 어법을 선호하는 (물론 블로그의 글은 이상하게도 그렇게 쓰지를 못한다 -_- 다만 그런 화법도 좀더 내공이 쌓여야 하기에 잘 안하는 것일뿐....) 나에게 김어준의 소통방식은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본 그 어떤 책보다 논리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은듯 하면서 핵심만을 꼭꼭 짚어주는게 꽤나 매력적이다.

나.

이 책 대부분의 내용은 '나는 꼼수다' 를 통해 언급한 것들이라 방송을 전회 들은 사람이라면 건질 내용이 몇개 없긴 하다. 그러나 활자로 정리된 내용을 다시 본다는 장점, 그리고 방송에서 얘기하지 못한 정치 지형의 근본에 대한 서술을 보는 것으로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가 보여준 시각 중 '나꼼수' 등에서 크게 언급되지 않은 사안들만 뽑아서 이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 우리 사회 좌파 - 우파의 차이는 무엇이고 이는 어디서 파생되는가?

원시의 세계를 갖고 구분할 수 있다. 우파는 기본적으로 세계를 약육강식의 세계로 이해한다. 불확실성이 그들의 가장 큰 공포다. 따라서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없이 욕망을 채우려 한다. 그렇게 자기가 강해지면 승자가 되는거고 붙어봐서 안되는거 알면 복종함으로써 공포에 대처한다. 정글 속을 살아가는 동물을 생각하면 우파가 어떤지 답이 나온다.

반면 좌파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모두가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없는, 자원이 한정된 정글 그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정글의 문제인 공포를 다같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평등과 공동체의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나가려고 한다. 우가 본능적 반응이면 좌는 논리적 대처다. 그리고 그런 논리적 추론을 하려면 본능이 이성을 압도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것은 기질이지 학습이 아니다. 좌파의 세계관은 근대에 학문적으로 정리된 것인지 그 시점부터 생긴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좌파, 우파가 되는 것은 본능적 특성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좌파적 특성을 학습과 양육으로 주입하거나 제어할 수는 있지만 기질을 바꾸기란 힘들다. 그래서 사회가 우파의 경향을 강하게 띠면 이 사람들은 좌에서 우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나이를 먹으며 경제적 이득이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니 좌에서 우로 이동하는 김문수 같은 사람들이 좋은 예다. 유럽에 좌파가 많은 것은 그 사람들에게 우파적 속성을 발휘하지 않아도 될만큼 공포가 적은 사회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2. 이명박은 어떤 우파적 속성을 가진 인물인가?

이명박은 우파지만 조갑제에게는 비난받는다. 왜냐면 자존심이 없기 때문이다. 정통 우파는 지켜야 할 무엇인가가 있다면 거기에 목숨도 바칠 수가 있지만 이명박은 오직 먹고사는 문제에만 집착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우파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라면 북한에도 붙을 수 있고, 좌파에도 붙을 수 있는 동물적 천박함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그를 우파의 원형질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3. 현재 한국의 진보진영이 가진 문제점과 과제가 있다면?

진보진영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욕망과 바람을 읽어야 하는데 조직의 논리나 도덕적 의무에 치우친다는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을 동격으로 생각하는데 진보 정당은 민주당을 비난해서 스스로의 지지기반을 내치고, 국민이 전혀 관심없는 주제와 국민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자기들끼리 언쟁을 벌이고 있으니 잘 될리가 없는 것이다. 국민과 함께 하려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단순하게 접근해야지 논리니 이성이니 신념이니 따지고 앉아있을 필요는 없다. 국민들에게 포교를 하지 말고 연애를 해야 한다.

4.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서 아버지 어깨 너머로 세상을 배우고 그 이후에 아버지의 유산으로 아무 어려움 없이 살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아보지 않고 아무 어려움 없이 산 박근혜는 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감정이 없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정치를 할때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과거의 이미지나 아무나 얘기할 수 있는 원칙만을 얘기할 뿐, 세부적인 무엇인가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가 집권하면 변화란 거의 없을 것이고 보수 체제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뭘 알아야 바꾸던 말던 할 것인가. 보는 눈도 싸울 힘도 바꿀 의지도 박근혜는 전혀 없다. 박근혜는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5.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노무현에 대한 죄의식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던데?

바로 '나는 꼼수다' 라는 스마트폰용 방송이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메시지 유통구조를 보수에 완전 장악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결합하면서 24시간 온라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고 SNS가 결합하면서 수용한 정보를 리트윗 같은 방법으로 능동적 전파할 수 있고, 자신이 정보를 만들 수도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시작할때 딴지일보를 만들어서 그 효과를 봤다면 '나는 꼼수다' 도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방송은 먼저 컨텐츠가 스스로 성장할때까지 배짱있게 버틸 것이다. 광고 같은건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중언어로 이야기할 것이다. 진보 진영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기술 따위를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로 권력의 핍박에 굴하지 않는, '쫄지 않는 자세', 마지막으로 이것으로 득을 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이 원칙을 갖고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원칙하에 새로운 메시지 유통구조를 확보하고 논리적 정합성이나 명분, 이념을 중시하는 범진보 진영이 경시하고 있는 사람의 감성을 채워주려고 한다. 진보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서 진보의 프레임을 확장하고자 한다.

다.

책을 읽어보면 참 쉽다. 김어준은 어렵게 얘기하거나 마구 꼬지 않고 본능적이고 직관적으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의 리뷰가 책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과거 황우석이나 심형래 사건으로 그가 폄하받는 측면도 있다. 사과해라, 반성해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김어준 성격상 그럴거 같지는 않고... 어쨌든 그가 현재 보여주는 행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 이것이구나!' 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많은 의의가 있다. 그 어떤 정치, 사회 전문가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좌우의 차이, 그리고 스마트폰과 SNS 시대를 예측하고 '나는 꼼수다' 를 만든 혜안은 대단하다는 말 그 한마디 말고는 설명할게 없는 것 같다.

도대체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가, 무엇이 옳은 것인가, 뭘 어떻게 해야하는가, 정치가 우리 생활에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가 의문을 갖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요즘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보면 '닥치고 정치' 를 비롯하여 수많은 정치 관련 도서들이 나와있다. 무엇을 먼저 볼까 고민하지 말고 이 책부터 고르고 다른 책을 봐야 한다. 만일 이걸 보지 않고 다른 책을 본다면 그 책에서 다시 한번 지루함을 느끼게 될테니. 그가 책 표지에 쓴 대로 이 책은 시민의 교본이다. 스스로의 정치 감각을 키울 열쇠가 될 교본.
 

블로그 이미지

베이(BAY)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85)
잡설 (10)
미디어 (25)
스포츠 (32)
문화 (12)
여행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