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철수의 생각 (2012)

문화/책 | 2012. 9. 29. 23:17
Posted by 베이(BAY)



안철수의 생각 (2012)

저자 : 안철수, 제정임

출판사 : 김영사

구입일 : 2012.08.24

구입처 : 선물받음


첫번째 다 읽은날 : 2012.09.29


가.


드디어 안철수가 정치인으로서의 변신을 선언하고 대통령에 출마하기로 했다. 이로써 우리는 '운명' 처럼 대선을 받아들인 문재인에 이어 사람들의 기대를 자신의 '숙명' 으로 받아들인 안철수라는 사람까지, 두명의 대선후보를 갖게 됐다. 권력욕에 근거한 정치인이 아닌 사람을 투표소에서 만나게 되는 경험도 흔치 않을듯 하다. 그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정치권 진입을 고심하면서 쓴 책. 미국 여행 출발길에 같이 간 형으로부터 선물 받았지만 제대로 읽지를 못하다 추석 연휴를 맞아서 이 책의 끝을 보게 됐다.



나. 


2010년 서울시 무상급식 문제로 인해 주민투표가 이뤄지고 오세훈 시장이 결국 사퇴한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안철수는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고 우연히 자신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에 오른 기사를 본다. '내가 서울시장 한번 나가야 하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고 지인들에게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시 남겼지만 그것이 기사화되며 안철수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정치와 연관된 삶을 통해 국민의 열망을 대변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그 문제를.


연초에 본인 블로그를 통해서도 안철수의 정치참여 선언이 늦다는 얘길 했었다. 책에는 그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한층 고무된 분위기에서 야권이 국민을 위하기보단 계파별 나눠먹기식 공천으로 기대에 못미친 행보를 보였기에 지지 의사등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 그 후 정치 참여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오랜 시간을 두고 준비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안철수는 이 책에서 크게 3대 화두를 던진다. 복지, 정의, 평화. 안철수는 복지를 단순한 시혜로 보지 않고 지속 성장을 위한 하나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복지를 해야 부자가 된다.' 는 관점에서 일찌기 복지제도를 확충한 스웨덴 같은 국가들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그는 보편적 복지이면서, 현재의 건강보험처럼 소득수준에 따라 능력대로 세금을 내고 필요한 복지혜택을 받는 시스템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재원의 마련에는 납세자와 세무 공무원에 대한 징벌적 벌금제 도입(제도적 관점), 양심적 인물의 국세청장 선임(문화적 관점), 개인정보 보호제도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모든 자료를 공개(기술적 관점)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두번째로 정의에서는 경제 정의의 맥락에서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경제 민주화' 이야기가 나온다. 안철수는 경제 양극화의 정점에 있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업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 전환을 제시한다. 실제 중소기업의 경영자로서, 각종 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듣고 보았던 일들을 토대로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 주주 중심주의의 탈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행정부, 경찰 사법부의 '재벌 봐주기' 등을 자세히 이야기한다. 여기서 특히 그는 창업의 활성화와 중소기업, 중견기업의 전략적 육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세번째로 통일에 대해서 안철수는 통일을 하나의 '사건' 이 아니라 '과정' 으로 보고 있으며 보수 세력이 주장하는 북한 붕괴 시나리오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를 없애고 성장동력을 잃은 남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향후 예상되는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여기에서는 대북, 국방, 외교정책의 일관성 유지, 미국과 중국을 국익에 따라 적절히 활용, 정부와 민간 차원의 대북교류 다원화 등을 통해 효율적인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후 나온 세부적인 정책 관련 사안들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언급됐다.


- 고용없는 성장은 자본에도 독이 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 정리해고 등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 기업들의 재취업 노력 의무화, 정부의 친기업적 태도 탈피와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금융기관은 도덕적 해이를 반성해야 한다. 부채의 구조조정 및 공공서민금융기관 확충 등이 실시되어야 한다.

- 교육은 사회구조의 종속변수라 교육제도만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창의력 중심의 교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문/이과 제도 폐지, 국사 및 세계사 과목의 필수과목 전환 등으로 학생들의 기본소양 확립에도 신경써야 한다. 여기에 성인들의 평생교육을 위한 전문대학 체제의 개편, EBS 채널의 활용등도 추진해야 한다.

- 원전은 이미 비용 및 안전성에서 문제를 드러냈으므로 원전 확대는 반대한다. 산업 전체가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을 하고, 소규모 발전 및 스마트그리드 같은 대안을 세워야한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육성해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도모해야 한다.

- 무조건적인 FTA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하고,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농업은 살려야 한다. 협동조합 강화, 우리 농산물 이용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안전한 먹거리' 로의 고급화 같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다. 


이제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책에 언급된 내용들 모두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새롭다고 할수도 없다. 문제는 실천하는 능력, 그의 진심을 알고 그를 믿어줄 사람들의 선택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사실상의 출마선언과도 다름없긴 했다. 아마 이 책을 내면서도 그는 직접 나설 것인가, 누굴 도울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고. 그러다가 누굴 돕기에는 자신의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출사표를 던졌을 것이다.


정치인들이 출마 등을 앞두고 책을 많이 낸다. 북콘서트 같은 것도 유행한다. 다 책의 내용을 전달하기 보다는 저자인 자신의 포장을 위해 무언가 하려는 성격이 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류와는 다르다. 국민이 안철수라는 인물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던 점은 높이 살만하다.


특히 안철수는 수평적인 리더십과 소통과 공감, 합의 등을 중요한 가치로 언급했다. 기득권 세력이 이리저리 갈라놓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안철수 같은 인물은 필요하다. 석달도 남지 않은 대선, 승부에 관계없이 그 이후 펼쳐질 정치의 장에서 안철수는 책의 내용을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까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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