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2010)
저자 : 오연호, 조국
출판사 : 오마이북
구입일 : 2011.11.07
구입처 : 도서 11번가

첫번째 다 읽은날 : 2011.11.21

가.

중고등학교때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잇따른 대학입시 실패는 나 자신의 삶마저 힘들게 하면서 나를 정치 무관심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이후 군 입대를 하며 2002년 대선의 '노무현 바람' 을 체험하지 못했고 이후 나의 정치적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는 정권에 대한 안도감, '먹고 사는 문제' 가 나 자신의 직접적인 이슈가 되며 서서히 정치에 대해 멀어지게 됐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회사를 다니며 느끼는 여러가지 부조리함, 결혼과 연애에 얽힌 여러가지 나의 불만족스런 현실, 이명박 정권의 전횡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게 됐고, 올 여름 '나는 꼼수다' 가 기점이 되며 다시한번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는 진정한 30대가 되고 있다.

그렇게 무관심하던 10년 가까운 세월, 현실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담긴 책들을 통해 그동안의 공백을 메꾸려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 그동안 이름만 얼핏 몇번 들어본 서울대 교수 조국과 오마이뉴스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몇번 보았던 대표기자 오연호가 쓴 책.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지나치게 점잔 떤 책', 정치평론가 공희준에겐 '오연호의 묘수 중독증이 드러난 책' 이란 비난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행보조차 못하던 개혁, 진보 진영에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나.

책은 총 6파트로 나뉘어져 진보진영의 집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이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는 형태라 내용도 그런 식으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1. 대한민국 진보개혁 진영이 2012년 혹은 2017년 대선에서 재집권이 가능한가?
 - 대한민국은 분단체제 등으로 인하여 우경화 경향이 크지만 4.19, 5.18, 6.10, 그리고 최근의 촛불집회 같은 사례를 볼때 언제든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힘이 발휘될 수 있기에 그에 부응하는 진보 개혁진영의 집권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본다.

2. 진보 개혁진영이 분명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주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수구 보수세력에 밀렸던 까닭은 무엇인가?
 - 진보 개혁진영이 그동안의 투쟁 등으로 정치이념의 구축 등에는 성공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대중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국가' 와 '부자가 되고 싶은 일반인의 욕망' 을 조화시키지 못했고, 교육 분야에서도 극심한 사교육과 무한 경쟁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한 것,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지며 적극적인 행보를 하지 않게 된 386세대의 동력 상실 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3. 한국 사회 최대의 문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것은 '출산파업' 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가 살기 힘든 곳이란 반증이다. 엄청난 육아비용과 자식이 커서 겪을 취업과 주택문제를 생각하면 아이 낳기가 두렵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일정 인원 이상의 사업장에는 보육시설을 의무설치하는 것 등이 그 예다.
 - 그리고 사람들이 자녀를 낳고 싶게 하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기본적인 대접을 받고 품위를 유지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를 통한 자기 복제의 욕구가 생기는 것이니까. 지금 한국은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을 걱정해야 한다. 불안이 만연한 사회다. 이를 극복하고 자신이 보호받고 어느정도 대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한국 사회에 만연한 무한경쟁과 그에 숨겨진 특권과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경쟁이란 것이 사회 동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경쟁이 너무 격렬하고 살인적이다. 그리고 그 경쟁도 공정한 규칙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사회안전망을 설치하여 공정한 경쟁을 권장하며 동시에 연대의 원리가 사회운영원리로 제도화 되도록 해야한다.

5. 한국 사회에 부족한 것이 '노는 권리' 다.
 - OECD 소속국가 중 노동시간 1위임에도 더 일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직도 나오고 있다. 부작용이 심각하다. 국가 수장부터 기업의 총수 등이 법정 휴가를 모두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대체공휴일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보단 적절한 휴식을 통해 창의성과 자발성을 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

6. 복지사회가 현재 국내에서 중요한 이슈인데 어떤 식으로 정책을 펼쳐야 할까?
 - 현재 대한민국은 복지제도가 미흡해서 가족끼리 이를 충당하느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골병드는 사회가 됐다. 장단이 있긴 하지만 이는 결국 가족 모두의 고통이다. 그러므로 제도를 통해 '사회임금' 을 지급하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무상급식이 그 출발점이었다면 이제 일자리, 주택, 의료까지 그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재취업이나 직업훈련 제도의 확충 같은 사회임금 확충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금지다. 동일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는 원칙이 사회임금 정책보다는 단기간에 자리잡을 수 있다. 진보 집권을 위해서 이 원칙부터 적극 도입해야 한다.

7.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 현재의 취업난은 대기업의 고용없는 성장과 산업 독식, 이에 따라 대안인 중소기업이 '취직할 만한 곳이 없는' 상황이 되며 생긴 것이다. 그래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인데 이 마저 대기업이 SSM 같은 분야에도 진출하며 이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 현재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할 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되고 있지만 그동안 이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일단은 갖춰진 장치로만 제대로 써도 견제효과는 충분하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중소기업 카르텔 제도,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제소권한을 중소기업에게도 주는 것들을 보완 도입한다면 대기업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기틀이 잡힐 것이다.

8. 편법상속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 문제는 어떤 해법을 찾는 것이 좋을까?
 - 가족기업의 존재는 인정한다. 문제는 소수의 지분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이건희 일가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대책들로 삼성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것보단 스웨덴의 대표적인 가족기업 발렌베리의 사례를 적용해 오너 일가의 지분을 인정하며 여기에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영민주화의 방식을 도입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9. 인간에겐 기본적인 욕망이란 것이 있다. 이를 무시한 정치를 할 수는 없을텐데?
 - 그동안 진보 개혁 진영은 욕망을 죄악시 해온 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공정이나 평등과 같은 가치를 첨가시켜 새로운 형태의 욕망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리고 뜬구름 잡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욕망이나 소망이 실현되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바꿔봤더니 별거 없네.' 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10. 심각한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 첫번째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어고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해 그쪽으로 길을 터 나가도록 해야한다. 대학입시용이 아닌 외국어 특화 내지는 해외대학 진학 준비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대학입시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지방대의 부활이다. 이를 위해 채용정책부터 지방대 출신에 대한 배려를 해야한다. 그리고 학력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제도적으로 이런 악습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세칭 명문대는 지역 균형 선발과 계층 균형 선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제는 교육으로 계층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게 문제다. 이를 다시 살려야 한다. 이런 대학서열화가 무너져야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을 강화하며 우리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 이런 대학서열화와는 별도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교육 시간제한, 교사들의 잡무를 덜어줄 교내 행정직원의 채용, 교사수 증원 등으로 공교육의 밀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11. 현 정권 들어 악화된 남북관계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까?
 -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일상에서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분단체제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쳐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졌다. 남북관계 악화는 정치적 불안은 물론이고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킨다. 과거 민주정권의 햇볕정책은 전쟁을 방지하고 통일비용을 줄이는 선투자 효과를 냈다. 이 흐름을 다시 이어가야 한다.
 - 보수진영이 제기하는 북한 인권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진보 개혁진영이 이런 부분의 언급을 회피해 왔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시민사회나 민주노동당 같은 북한과 친분관계가 있는 단체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통일을 단순한 역사적, 정치적 판단이나 뜬금없는 이득을 주장하는 식으로 가면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하면 과연?' 이란 의문을 가졌는데 이를 눈으로 보여주며 통일론을 펼쳐야 한다. 우리 민생에도 도움이 되는 통일이라는 것을.

12. 아직까지 권력의 성역으로 남은 검찰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검찰은 보수적 세계관과 엘리트주의가 남아있고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한 권력체다. 이러다보니 '우리가 우리 맘대로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되다보니 정당과 같은 정치결사체처럼 굴러가고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며 권력과 타협하고 협상한다. 국가의 존위보단 조직의 존위가 중요한 집단이다.
 - 검찰개혁의 핵심은 권력분산이다. 그 방법으로는 먼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해야한다. 이는 정치권력과 검찰의 부도덕한 거래를 방지하고 검찰 내부의 비리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수사하도록 해서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도 경찰에게 넘길 것은 과감히 넘겨야 한다.
 - 또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법무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도 검사 출신이 아니며 개혁의지가 강한 사람을 발탁하여 검찰 내부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다.

조국 교수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으면서도 영남 출신이고 기득권 세력의 전당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게다가 수려한 외모에 강남 거주자라는 특징 등으로 인해 중도적이거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바뀌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가기 전에 장관이라던지 국회의원이라던지 아니면 정당의 당직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진영의 박근혜' 수준에 머물수도 있으니.

일단 오연호 대표와의 좌담을 통해서 조국 교수가 정치적 이념이나 자신의 신념에 머물지 않고 좀더 대중을 껴안을 수 있는 '포용적 진보' 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단 점에선 긍정적이다. 사회임금 개념을 도입한 것이나 국민 모두가 '놀 권리' 를 주장한 것은 다음 대선에서 상당히 먹힐만한 공약이다. 이는 무상급식에 버금가는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민감한 주택문제에는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 등 그동안 나왔던 정책을 반복하는데 그쳐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누가 이보다 더 좋은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만은....) 그리고 휴가 확대를 하면서 기업이 연차보상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현실과는 다르다. 이미 많은 회사가 연차를 쓰지 않아도 보상금을 주지 않거나 연차의 일부는 보상금을 주지 않는다고 못을 박고 휴가를 쓰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학자 출신이라 그런지 디테일한 면이 부족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즐기면 이정도는 알았을 법도 한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알았으려나 모르겠다.

조국이 대중적인 점잖은 진보라는 장점도 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진흙탕이다. '나는 꼼수다' 멤버처럼 좀 지저분하게 달려들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파트너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문국현으로 실패의 맛을 본 오연호가 조국을 2012년에 무리하게 밀면 좋은 진보인사 하나를 다시 잃을 수도 있다. 좀더 시간을 두고 가다듬어 줬으면 한다. 오연호가 민 노무현은 당선됐지만 너무 빨랐고, 문국현은 너무 뜬금없었다. 조국에겐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한다.

한정된 지면으로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기란 어려웠으리라고 이해하며 어쨌든 진보집권의 큰 그림을 그린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너무 진지해서 김어준 식의 가벼움을 원한다면 이 책은 수면용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2012년 대선, 그리고 재집권에 실패한다면 2017년 대선까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교과서 역할을 해줄 그런 책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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