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독거노인 인생

잡설 | 2012. 2. 6. 11:39
Posted by 베이(BAY)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아쉬운게 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 '연애를 제대로 못해봤다.' 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올해 나이 33살, 남들은 결혼도 하고 애도 한둘씩 낳는 나이지만 연애에 대해선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사실상 모태솔로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는 나를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다. 매년 1-2명씩은 있었던거 같다. 하지만 그때는 순진하기도 했고, 워낙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를 가 집안을 일으키라는 가족 및 일가친척의 세뇌 때문에 공부 외에 다른거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대학 가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생각속에...

하지만 모든게 꼬였다. 수능을 망쳐서 캠퍼스의 꿈을 뒤로한채 재수학원 생활을 했고, 재수학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애도 있었고, 접근하는 애도 있었다. 하지만 재수마저도 실패하며 인생에 낙이 없는 나는 그 여자들을 모두 놓쳤다. 성적에 맞춰 간 학교에 대해 애정은 없고, 입시 실패로 부모님이랑 하루가 멀다하고 다퉜으며, 어려운 집안 형편에 용돈도 빠듯했던 나에게 연애란 사치에 불과했다. 그때도 그랬다. 아직 어리니까 좀만 참으면 되고, 좀더 목표를 이뤄 내가 떳떳해지면 여자를 사귀어 보겠노라고... 그렇게 연애는 항상 뒷전이었고 다가왔던 인연들도 모두 흐지부지 끝나곤 했다.

여전히 돈은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 복학생 시절부터 소개팅을 꾸준히 했다. 60번 정도 했나? 하지만 별의별 스토리만 만들어내며 단 한번도 소개팅한 여자와 3번 이상 만나지 못하는 대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소개팅 하면 느낀다는 설레임, 떨림, 궁금함 이런건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시간낭비 하지 않고, 내 마음 다치지 않고 그 시간을 마무리하냐에 더 집중하는 나를 보며 이럴바에야 차라리 소개팅을 안하는게 낫다는 생각마저 한다.

그래서 최근엔 소개팅 시켜달란 말을 아예 하지도 않고, 오는 제안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찾으라는데... 가입하는 동호회마다 남자가 많고, 학교 수업 조별발표도 열심히 찾아서 했지만 여자가 없거나,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들만 같은 조가 되고... 뭐 그랬다. 이렇게 연애가 어렵고 고통스럽나 싶을 정도로.

지금의 나...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난리다. 사실 이런 흑역사를 부모님께 얘기한 적은 없다. 괜히 구차해지고 자존심 상하니까. 그래서 집에서는 내가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결혼? 사실상 짝 없이 살아와서 혼자 살아도 될거 같긴 하다. 짝이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니까. 기본적인 욕구의 해소? 그건 뭐 야동이나 보면 되는거고. 무서운건 가족들이 느끼는 실망감이다. 이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난 답답하다. 그리고 연애가 안되면 다그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어디다 고민도 못털어놓겠다. 그래서 이런데다 예전부터 많이 끄적이고 그랬던 것 같다. 옛 블로그를 둘러보다 적지 않은 연애 실패담들을 보고, 최근에 소개받은 사람이 약속을 펑크내서 우울하던 차에 갑자기 울분 비슷한게 생겼다. 인연은 없는 것일까? 세상에 안되는게 있다지만 그게 나에겐 연애라는 항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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