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오마이뉴스>

어렵사리 성사된 야권연대가 또 하나의 암초를 만났다. 바로 예전부터 논란이 됐던 서울 관악(을) 선거구의 '여론조사 조작사건'.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승리했지만, 통합진보당이 여론조사 응답자의 연령을 조작하라' 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폭로했다. 경선관리위원회와 중재역할을 맡은 시민사회는 재경선을 요구했지만 상대방인 김희철 민주통합당 후보는 경선에 불복하며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재경선에 동의했던 이정희 대표 역시 내일 후보등록을 신청하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김종배입니다(이털남)' 에 이정희 대표가 직접 출연해서 현 사태와 관련한 심정을 밝혔다. 50여분 정도의 방송 내용을 통해 이정희 대표가 밝힌 입장은 다음과 같다.

1.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잘못한 일이고 무거운 사안이긴 하다.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경선과정에서 민주당 측 역시 여론조작을 선동하는 행위를 했단 제보를 받았고 이렇게 해서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캠프쪽에서 대응책의 일환으로 이 일이 이뤄졌다. 변명은 아니지만 한쪽만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모두 잘못했기에 재경선을 주장한 것이다. (민주당 후보측의 행위에 대한 정확한 증거는 현재 없는 상황)

2. 수도권에서 통합진보당이 승리한 7곳 모두 민주당의 불복논란이 있다. 승리지역의 잡음을 차단하고 야권연대의 본질 훼손을 막기 위해 내가 사퇴하란 의견도 있지만 6곳 모두 정당히 승리한 곳이므로 이것은 나의 사퇴문제와 상관없다. 하지만 야권연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과 선거 전반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해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중이다.

3. 본인과 관계있는 경기동부, 광주전남지역의 민주노동당 세력의 조직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 않다. 나는 정파를 고려하지 않은 정치를 하고 있다.

진행자 김종배씨의 날카로운 추가질문이 계속되서 순수한 이정희 대표의 주장만을 이끌어내기 힘들었지만 일단 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른바 중도층 혹은 정치 무관심층이 정치권에 갖는 불만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 와 '이중잣대' 인 것 같다. 물론 정치권 종사자들도 나름대로의 논리와 사정이 있고 따져보면 그것이 맞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위해 정치를 하러 나선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많다. 그 점을 빼고 유권자 심리를 읽기란 어렵다.

이번 사건은 저 불만 2가지가 모두 얽혀있다. 무거운 책임을 진 사안이지만 저쪽도 잘못했기 때문에 퉁치고 재경선하자는건 밥그릇 지키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쪽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면 강한 비판을 했을 진보진영이 지금은 저쪽도 그랬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정이 있었다, 우리는 그냥 대의를 위해 넘어갔단 식의 해명만 늘어놓는다. 새누리당에서 그런 소리 하면 받아줄 것인가? 그동안의 이미지나 이치를 따져봐도 아니다. 이렇게 남에겐 엄격하고 나에겐 관대하면 큰 문제가 된다.

개인적으로 이정희 대표를 엄청나게 지지하지 않지만 그가 참으로 아까운 정치인이고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할 사람이란 것에는 동의한다. 앞으로 4년간 다시 열정을 펼칠 기회를 잃는 것이 본인에겐 큰 아픔이고 어떻게든 출마를 해보려는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버릴때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자기와 주변세력의 틀이 무너지지만, 가지려고 너도 나도 용쓰는 정치판에서 '정당하게 가질려고 하지 않았기에 내려놓으려 합니다.' 라고 결심해야 보통 사람들은 그가 사심으로 정치를 하는게 아닌, 정말 국민을 위한 사람이라는 생각(혹은 동정론이라 할수도 있겠다)을 하게 될 것이다.

본인이 직접 개입한 사건도 아니고, 어느 충성심이 과한 보좌관이 저지른 일로 보인다. 여기서 이정희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나진 않을거라고 본다. 보수언론의 조작된 프레임과 편향된 정보로 사건의 전말을 재단하는 사람들 때문에 답답하겠지만, 그런 사람도 설득하고 안을 수 있어야 진짜 정치인이다. 지금 유권자에겐 감동과 사심없는 무소유의 마음이 필요하다. 그대로 이뤄질지 모르지만 이정희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권연대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다른 역할을 수행한 후 차기 보궐선거 등에서 재기를 노려봤음 한다. 그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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