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러진 화살 (2012)

문화/영화 | 2012. 1. 23. 22:48
Posted by 베이(BAY)



영화명 : 부러진 화살 (2012)
제작 : 아우라픽쳐스, 감독 : 정지영
관람일 / 관람장소 : 2012년 01월 21일(토) 14:35 / 강동CGV 5관 G열 1번


'석궁 교수 사건' 은 아직도 내 기억에 크게 남아있는 순간이다. 재작년인가... 이걸 패러디한 석궁 송년회 가짜 기사를 썼다 순식간에 유포됐던 '아찔한 기억' 때문에 더욱더 이 사건을 잊을 수 없는 것 같다. 꽤 오래전 일 같은데 이 사건이 2007년에 있었다. 힘들고 지쳐서 가장 시사에 무관심했던 시기였던... 여튼 영화를 통해 그냥 스쳐지나갔던 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

1. 영화의 키워드 : 권력의 힘

영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권력의 힘' 이다. 가해자인 김경호 교수는 사법부의 판단에 불복하여 재판을 담당한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판사를 위협했고 그 과정에서 석궁이 발사되어 판사에게 상해를 입혔다. 사건이 세상에 보도되자마자 사법부는 자신들에 대한 도전이라며 강력 응징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진짜 응징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실을 따져보고 자신이 응징을 당해야 할지를 생각해 봐야하는 것 아닌가? 여기서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권력의 좋지 않은 힘' 을 느끼게 된다.

이런 권력의 힘은 법리에 의해 진행되어야 할 재판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따라 과정을 맞춰가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해자의 진짜 잘못만을 판별하고 과한 잘못은 가려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은 모두 충분하다, 필요없다, 무리수다 라는 이유로 기각이 된다. 내가 억울하고 힘들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에서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 여기서 모두는 분노를 금치 못하게 된다. 정의가 심판될 순간에 정의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최근 우리가 느껴온 실생활에서의 분노와 일맥상통한다. 이 영화는 잘못된 '권력의 힘' 을 고발하고 있다.

2. 사건의 진실 : 과연 누가 잘못한 것인가?

영화를 본 후에 사건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찾아보았는데 내가 법을 잘 몰라서 그런건지 판단이 참 어렵다. 일단 결론부터 까고 보자면 '영화의 내용을 100%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 다. 거론되지 않은 내용도 있고 영화의 메시지에 맞게 조정된 것도 있다. 실제 사건에 대한 판단도 이미 피고가 형기까지 마치고 출소했기에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 결국 영화에 만족하려면 영화의 최종 메시지에만 주목해야 할 것이다.

어줍잖은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일단 교수 재임용 탈락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대해 흉기를 들고 판사의 집을 찾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며 당사자들을 피곤하게 한 점도 올바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도 이른바 '개김성' 이 꽤 있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짜여진 틀에서 할건 하고 개길건 개기자는 생각이라 이 사람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진 않다. 결코 이런 행동은 그에게 플러스 요인이 되지 못했다. 변호사와 같은 법률 조력자를 통해 짜여진 틀에서도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할 길은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 이게 원천불가할 정도로 대한민국이 썩진 않았다.

따라서, 최근의 한명숙이나 정봉주, 정연주 같이 얼토당토 않는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죄인으로 낙인이 찍힌 사건과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본다. 그냥 논란이 좀 많았던 사건의 일부분을 샘플링해 영화가 됐고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과하고 억울할지는 모르지만 잘못한 점, 그러지 않아도 되는 점은 있었다. 무조건 실제 사건의 주인공 김명호 교수는 피해자고 사법부는 가해자 라고 말해서는 안될 것이다.

3. 무겁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도가니' 와는 다른 영화

나는 '도가니' 를 책으로만 보고 영화를 보지 않았다. 책을 보고 너무 질려버려서 영화를 보기가 겁났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 은 답답하고 무겁고 어려울 '법' 이란 소재를 유쾌하게 잘 풀어냈다. 근엄하지 않은 인간적인 변호사 연기를 한 박원상이나 정말 머리가 좋아 자아가 너무 강한 주인공 교수의 역할을 잘 소화한 안성기도 대단했다. 오랜만에 보는 김지호도 반가웠다. 갑자기 생각나는 2000년 MBC 드라마 '사랑은 아무나하나' 의 임팩트... 그전까지 왜 김지호가 연예인이냐고 일갈하던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김지호를 좋아하게 됐지만 곧바로 김지호는 상대역인 김호진과 결혼해 버렸던...

이중 가장 관심갔던 사람은 역시 판사역으로 특별출연한 문성근. 얼마전 '나는 꼼수다' 에 나와서 '연기가 늘었는데 불러주는 곳이 없다' 며 너스레를 떨더니 영화에서 정말 얄밉게 판사연기를 보여줬다. 총선을 앞두신 상황에서 이런 캐릭터가 과연 플러스 요인일지는... ㅎㅎ 그만큼 연기는 뛰어났다.

무거운 주제고 설 연휴를 맞아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서 관객이 제대로 들지, 스크린 확보는 잘 될지 의문이었는데 나름 영화관마다 가서 보기 어렵지 않고 사람도 꽉 들어찼다. 빠르게 나름 저가로 쉬쉬하며 제작됐다는데 충분히 볼만하다. 깨알같은 재미와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 분들 당장 영화관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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