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봉주 비키니 구명운동 논란을 보며

잡설 | 2012. 1. 31. 08:27
Posted by 베이(BAY)


BBK 관련 발언으로 명예훼손죄를 적용받아 교도소에 수감된 정봉주 前 의원에 대한 구명운동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멤버와 그의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 회원, 기타 그를 지지하는 정치세력에 의해 시작됐다. 그중 하나가 그의 구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려달라는 것.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속 선보이는 가운데 화제가 된건 비키니 인증샷이었다. 비키니 인증샷을 며칠 전에 본거 같은데,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 오늘 하루종일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로 와글와글 거리는 분위기였는데, 나름 정리해보면 '나꼼수' 에서 비키니 인증샷을 환영한다는 말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왔고 실제 비키니 사진이 올라왔으며 이에 대해 공지영 작가가 트위터를 통해 구명운동은 좋지만 이런 식의 인증샷은 반대한다는 말을 하고, 이를 기자들이 기사화하며 문제가 된 것 같다.

요새 하도 성 상품화니 뭐니 해서 다들 민감하다. 하지만 이 논란은 정작 사건의 본질보다는 표피적인 부분에 집착하며 괜한 분란을 일으킨다는 느낌이 든다. 억울하게 권력에 의해 잡혀들어간 정치인의 구명운동이 핵심이지,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올리고 그걸 보면서 열광하는 분위기가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정봉주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여자를 고용해 비키니를 입히고 야한 포즈의 인증샷을 찍게 했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사진을 올린 사람은 자발적 의미에서 올렸다. 물론, 이를 이용해 자신을 홍보하려는 불순한 목적이 있을수도 있지만 그런 개연성은 잘 안보인다. 패션모델들이 모피 옷에 반대하며 누드 퍼포먼스를 하듯 이것도 하나의 표현방법일 뿐이다. 따라서 사진을 올린 여자들이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

한편, 사진을 본 남자들의 댓글에서 몸매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예쁜 여자를 길거리에서 보면 눈이 가듯 이것도 본능적인 것이다. 음란 사이트 갤러리에 달리는 댓글처럼 노골적인건 못본거 같다. 남자들 늑대다, 응큼하다, 저질이다라고 비난하며 몰아세울 것 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결국 문제가 시끄러워 지는 것은 수구 세력이 진보 세력을 공격할때 쓰는 '진보는 깨끗해야한다.' 는 일종의 순결의 논리가 다시 수면위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한명숙, 곽노현, 그리고 최근 있었던 나꼼수 멤버들의 미국행 비행기 비지니스석 탑승논란의 연장선상에 이 문제도 놓여있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성추행과 성적인 망언을 일삼는 분들이 비키니 사진보고 댓글 좀 단 사람들에게 뭐라 할 자격은 없어보인다. 아무리 잘쳐줘도 동급이다.

중요한 것은 정봉주를 빨리 감옥에서 구해내고 좀더 정의로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이 사건은 인증샷을 보는 처음의 시각에서부터 뭔가 잘못됐다. 인증샷을 올린 사람의 마음과 대의를 봐야지 여성의 가슴사이즈나 몸매의 좋고 나쁨, 남자들의 반응을 살피는게 아니다. 제발 소탐대실의 모습을 더이상 보지 않길 바란다. 현재 정말 뜨거운 그 논쟁 자체가 매우 무의미하고 오히려 이런 구명운동이 잘 안되길 바라는 음해세력에게 미소만을 안겨주지 않을까 두렵다. 제발 불필요한 디테일에선 벗어나 보자. 끝!

 

지난번 포스트에 이어서 최근 뜨고 있는 대체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해본다.

2. 나는 꼽사리다
- 제작 : 딴지일보
- 출연진 : 김미화, 우석훈, 선대인, 김용민
- 방송시작 : 2011년 11월 19일
- 방송횟수 : 총 9회 (2012년 1월 29일 현재)
- 주제 : 대한민국 경제에서 소외받는 99%를 위한 방송

- 개요 : '나는 꼼수다' 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이 프로그램의 제작 계획이 공개됐다. '나꼼수 경제판' 이란 이름의 프로로 우리 사회의 경제 이슈를 밝히겠다는 것. 애당초 우석훈, 선대인, 김용민 3인조로 프로그램 첫회가 녹음됐지만 '재미가 없다!!!' 는 김어준 총수의 과감한 지적에 따라 녹음분이 방송돼지 못했다. 이후 한번 더 녹음하고도 역시 방송을 타지 못한 후 세번째가 되어서야 새로운 진행자 김미화가 합류하고 어느정도의 개그코드를 탑재해서야 사람들에게 선을 보였다.

'나는 꼽사리다' (이하 '나꼽살')는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여러가지 매커니즘 속에 담겨진 비밀을 밝혀낸다. 한미 FTA, 론스타와 외환은행, 종편과 유럽 금융위기, 룸싸롱과 골프장에 담겨진 경제학의 비밀, 삼성 공화국으로 대표되는 재벌의 행태 등을 주제별로 파헤치며 경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지식을 얻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 장점 : 첫째로 화려한 캐스팅이다. 개그우먼에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컨버전에 성공한 김미화, '나꼼수' 를 통해 발군의 편집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용민을 비롯, 이미 각종 저서와 활동, 화려한 학력으로 능력을 인정받은 우석훈과 선대인까지... 주류 언론도 이렇게 하기란 어렵다. 이름값에서는 다른 어느 프로보다도 낫다고 본다.

둘째, 개인적으로 이 방송이 가장 큰 공헌을 했다고 보는 점인데 바로 토건자본과 관료세력의 실체를 까발렸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게 많다. 권력 상층부의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해 관심은 많아도 사실상 사회를 이끄는건 관료사회였고 이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 이니 '바꿔봤자 소용없다' 는 말은 뿌리깊은 관료들의 행태 탓도 있을 것이다.

셋째, 경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의 제기다. 그냥 돈 많으면 된다, 잘살면 된다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무엇이 문제고 무엇이 해결되어야 우리가 편히 살 수 있는지를 꼬집어줬다는 점에서 난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단점 : 첫째, 패널의 수준별 조정이다. 우석훈과 선대인은 상당한 전문가인 탓인데다 그리 달변도 아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방송내용을 이해시키는데 조금은 난감한 면이 있다. 반면, 진행자 김미화는 진짜 일반인처럼 경제를 잘 모른다. 그래서 방송의 흐름이 상당히 좋지 못한 적도 있었다. 여기에 중간자급, 흔히 말하면 경제 뉴스를 많이 봐서 돌아가는 분위기를 좀 알거나 경제학 학사 정도는 되는 그런 사람이 나와서 둘간의 간극을 좁혀줘야 청취자들도 좀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추가 패널 투입이 어렵다면 선대인이 그런 역할을 좀 해줘야 하지 않을지.

둘째, 재미와 정보를 모두 잡기 힘든 한계다. 나꼼수는 패널의 언변이 상당해 유머와 정보가 동시에 달성됐지만 나꼽살 패널은 양수겸장이 없다. 결국 둘중 하나인데, 이것이 잘 조화되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방송이 될 수 있다. 패널 하나하나가 양수겸장으로 가느냐, 팀웍으로 역할분담을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나꼽살의 대중적 인기도 판가름 나리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여러가지 실정(失政)이 난무했지만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 것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보도해야 할 내용이 보도되자 않고, 밝혀져야 할 내용이 밝혀지지 않는 등 사람들의 눈과 귀는 철저하게 막혔다.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오는 날이 적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시절이 계속되던 때, 2011년 봄 소박하게 등장한 팟캐스트 방송 하나가 대한민국 전체지형을 바꿔놓으면서 언론의 지형도 바꿔놓고 있다. 바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기획한 '나는 꼼수다'. 입소문으로 순식간에 퍼진 이 방송은 현 정권의 많은 의혹과 꼼수를 파헤치며 사람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알게 해줬고, 오세훈 前 서울시장의 사퇴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그리고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까지 일궈내며 2017년에나 가능할 것이라 했던 진보/좌파 진영의 재집권 시점을 앞으로 당겨놓고 있다.

'나꼼수' 의 영향으로 여러가지 대체언론이 생겨났다. 요즘은 기존의 공중파 TV의 시사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나름 언론과 정치에 관심이 있는지라 이 프로그램들을 모두 접해봤다. 각 프로그램별로의 특징과 장단점을 정리해 봤다.



1. 나는 꼼수다
- 제작 : 딴지일보
- 출연진 : 김어준, 주진우, 김용민, 정봉주(현재 BBK 사건으로 홍성교도소 수감)
- 방송시작 : 2011년 04월 28일
- 방송횟수 : 정규방송 35회, 특별 호외 3회 총 38회 (2012년 01월 28일 현재)
- 주제 :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13년 2월 종료 예정)

- 개요 : 오래전부터 김어준, 김용민, 정봉주는 한겨레신문 HANI TV를 통해 '뉴욕타임스' 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서 '가카 헌정' 이라는 특수목적만을 떼어 만든 것이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초반부터 나꼼수는 무차별적인 이명박 까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BBK 사건의 진실을 비롯해 그의 공적인 행동의 기저에 깔린 사적인 이야기까지 집어내 사람들의 감정적인 동정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후 시사in 주진우 기자가 합류하여 이들의 '만담'에 디테일과 팩트를 더해주며 방송내용을 풍부하게 해주며 이 방송의 청취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인기를 얻은 나꼼수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로 시작된 대선 레이스에서 오세훈의 꼼수를 정확히 짚어냈고 그를 몰락시켰으며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까지 이끌어냈다. 이후 관련서적 출판과 토크 콘서트 진행, 유력 정치인 초청 인터뷰 및 대담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대한민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위치로까지 성장한 상태다. 현재 나꼼수는 서울시장 선거 방해사건, SNS 등을 통해 정권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검찰조사를 받는 일반 시민의 소송지원, 정봉주 구명운동 등을 방송을 통해 펼치고 있다.

 - 장점 :
나꼼수의 장점은 첫째, 스마트폰 시대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팟캐스트를 채널로 활용했다. 스마트폰을 쓰는 나도 들여다보지 않던 팟캐스트를 이 프로그램 때문에 알게 됐으니까 말이다. 언제 어디서나 다운받아서 들을 수 있고 용량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접근성을 한층 용이하게 해준 것.

둘째,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에 대한 주제를 정확히 선택하고 사람들이 겁이 나고 잘 몰라서 하지 못했던 것을 대신하게 해주며 대리만족을 이끌었다. 주제 선택, 이야기 전개, 상황 예측 및 판단 모두 오랜 세월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본 패널들의 혜안이 돋보였다. 그리고 재밌게 진행하고자 하는 컨셉을 지키며 정치를 우리 생활에 좀더 밀접하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는데도 역할을 했다.
 
셋째, 패널들의 정확한 역할분담이다. 진행 김어준, 국회 관련 담당 정봉주, 세부/고급정보 담당 주진우, 맛깔나는 편집 담당 김용민으로 역할을 나눠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산만할 수도 있는 4인 진행이 나름 체계있게 돌아가는 것은 이들의 역할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 단점 :
첫째, 최근 많이 불거지지만 욕설과 비속어다. 초반에는 답답한 현실에 대한 반증으로 이 부분이 그다지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안티 세력에 의해 이 부분이 많이 까이고 있고, 청취자 중 일부분도 지나친 욕설과 비속어가 거슬린다고 한다. 듣기 싫으면 듣지마가 모토인 이 방송에서 이게 사라질 가능성은 0%지만 여튼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내용.

둘째, 최근 들어 떨어져 보이는 힘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그 이후 정봉주의 대법원 선고공판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한 멤버들은 현재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다. 그리고 이들의 방송을 막으려는 세력들에 의한 외압도 상당하다.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나꼼수의 역할이 막대한데 여기서 주저앉으며 대체언론 전부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 현재 다른 프로그램들이 선봉 역할을 하고 있을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싶다.

셋째, 양날의 검 정봉주다. 유쾌한 이미지로 '폴리테이너' 이미지가 된 그는 나꼼수의 대중화에 기여하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가볍다, 말실수와 정보유출로 다른 멤버들의 활동에 지장을 준다, 방송 내내 깔대기가 과하다 등의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가 교도소에 수감되어 방송이 듣기 좋아졌다 라는 소리도 있다. 물론 그립다는 사람도 있지만 여튼 4명의 인물중 가장 팬과 안티가 극명히 갈린다. 아직도 그의 정치적 진정성이나 공적인 업무수행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어준 총수가 알아서 잘 컨트롤 하겠지만 이 사람이 왠지 뇌관이라는 생각을 지울수는 없다.

현재 모든 대체언론매체의 선봉장인 '나꼼수'. 이제 1년여 남은 방송종료시점. 그동안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대한민국을 바꿔놓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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