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회까지 호투하던 볼티모어 선발 토미 헌터가 4회부터 리듬을 잃으면서 연속 볼질을 남발하더니 순식간에 5점을 주고 4.1이닝만에 강판되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양팀 불펜이 1점씩만 주고, 타자들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메이저리그 1위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볼티모어 불펜은 가장 부진하다던 케빈 그렉까지 2이닝 4탈삼진의 위용을 뽑아내며 보스턴 타선을 막았습니다. 반면, 타자들은 12회부터 15회까지 4이닝 연속 병살타를 치며 기회를 날리는 답답한 모습을 연출했죠. 내일부터 텍사스-탬파베이-양키스와의 경기가 예정된 상황에서 지던 이기던 경기를 빨리 끝내야 하는데 체력소모만 하고 있으니 속이 터지더군요.
결국 16회까지 끝나고 이제 타자중에 누군가가 투수로 올라와야 했습니다. 저 멀리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볼티모어의 9번째 투수는 바로 지명타자로 출전한 크리스 데이비스! 타석에서 무려 5개의 삼진을 당하고 병살타까지 1개 적립한 그는 여기서 패전투수까지 되며 오늘의 답답한 경기 내용을 혼자 떠안을지, 아니면 반전의 주인공이 될지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른 데이비스는 타석에서의 무기력한 데이비스가 아니었습니다. 첫 타자 제로드 살탈라마키아를 가볍게 삼구삼진으로 처리한 그는 윌 미들브룩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순식간에 투아웃을 잡아냅니다. 말론 버드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윌슨 베테밋의 실책으로 2사 1루, 여기서 마이크 아빌레스가 좌중간 2루타를 날립니다. 1루 주자가 들어올 수 있는 타구. 경기는 이대로 끝나나 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공을 향해 달려든 애덤 존스가 재빨리 하디에게 중계를 했고 하디는 장기인 강한 어깨를 이용해 버드를 홈에서 잡아냅니다. 어차피 보스턴도 타자가 투수로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볼티모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닝을 끌고 간 것이죠.
데이비스에 맞서 보스턴도 지명타자였던 다넬 맥도날드를 투수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데이비스보다 못한 구위를 선보인 맥도날드는 선두타자 베테밋을 볼넷으로 내보냅니다. 이후 베테밋의 2루도루 시도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하디가 2루타를 쳐냈고 닉 마카키스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의 찬스를 허용합니다.
전날 장외홈런을 기록했던 애덤 존스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맥도날드를 상대로 바깥쪽 높은 공을 잡아당겨 다시 그린몬스터를 넘깁니다. 9대 6. 승리의 신은 다시 볼티모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운명의 17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데이비스는 첫 타자 라이언 스위니에게 투수 강습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습니다. 하지만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3구삼진으로 멋지게 잡아낸 후, 맥도날드를 6-4-3 병살타로 처리하며 6시간 7분의 대장정을 마무리합니다. 메이저리그 데뷔후 첫 투수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거죠. 여느 구원투수 못지 않았던 데이비스의 역투 장면을 감상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