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들어 전승행진입니다. 볼티모어가 보스턴과의 원정 3연전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1994년 5월 이후 18년만에 펜웨이파크 원정 스윕에 성공했습니다. 볼티모어는 오늘 승리로 19승 9패를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승률 1위에 올랐습니다.


<5/7 BAL vs BOS Review>


지난 1차전도 연장 13회 접전끝에 볼티모어가 6-4로 승리했는데요. 오늘은 그보다 더한 연장 17회의 혈투속에 볼티모어가 9-6으로 승리했습니다.


경기초반 볼티모어는 보스턴 선발 클레이 벅홀츠를 두들기며 일치감치 승기를 잡는듯 했습니다. 1회초와 3회초 JJ 하디가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렸고, 4회초에는 맷 위터스와 마크 레이놀즈의 볼넷으로 얻은 찬스에서 로버트 안디노가 3점홈런을 뽑아내며 5-0으로 점수차를 벌렸죠. 세방의 홈런 영상을 먼저 보시겠습니다.





하지만 3회까지 호투하던 볼티모어 선발 토미 헌터가 4회부터 리듬을 잃으면서 연속 볼질을 남발하더니 순식간에 5점을 주고 4.1이닝만에 강판되며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양팀 불펜이 1점씩만 주고, 타자들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메이저리그 1위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볼티모어 불펜은 가장 부진하다던 케빈 그렉까지 2이닝 4탈삼진의 위용을 뽑아내며 보스턴 타선을 막았습니다. 반면, 타자들은 12회부터 15회까지 4이닝 연속 병살타를 치며 기회를 날리는 답답한 모습을 연출했죠. 내일부터 텍사스-탬파베이-양키스와의 경기가 예정된 상황에서 지던 이기던 경기를 빨리 끝내야 하는데 체력소모만 하고 있으니 속이 터지더군요.


결국 16회까지 끝나고 이제 타자중에 누군가가 투수로 올라와야 했습니다. 저 멀리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볼티모어의 9번째 투수는 바로 지명타자로 출전한 크리스 데이비스! 타석에서 무려 5개의 삼진을 당하고 병살타까지 1개 적립한 그는 여기서 패전투수까지 되며 오늘의 답답한 경기 내용을 혼자 떠안을지, 아니면 반전의 주인공이 될지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른 데이비스는 타석에서의 무기력한 데이비스가 아니었습니다. 첫 타자 제로드 살탈라마키아를 가볍게 삼구삼진으로 처리한 그는 윌 미들브룩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순식간에 투아웃을 잡아냅니다. 말론 버드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윌슨 베테밋의 실책으로 2사 1루, 여기서 마이크 아빌레스가 좌중간 2루타를 날립니다. 1루 주자가 들어올 수 있는 타구. 경기는 이대로 끝나나 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공을 향해 달려든 애덤 존스가 재빨리 하디에게 중계를 했고 하디는 장기인 강한 어깨를 이용해 버드를 홈에서 잡아냅니다. 어차피 보스턴도 타자가 투수로 나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볼티모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닝을 끌고 간 것이죠.


데이비스에 맞서 보스턴도 지명타자였던 다넬 맥도날드를 투수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데이비스보다 못한 구위를 선보인 맥도날드는 선두타자 베테밋을 볼넷으로 내보냅니다. 이후 베테밋의 2루도루 시도를 잡아내며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하디가 2루타를 쳐냈고 닉 마카키스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의 찬스를 허용합니다.


전날 장외홈런을 기록했던 애덤 존스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맥도날드를 상대로 바깥쪽 높은 공을 잡아당겨 다시 그린몬스터를 넘깁니다. 9대 6. 승리의 신은 다시 볼티모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운명의 17회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데이비스는 첫 타자 라이언 스위니에게 투수 강습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더스틴 페드로이아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습니다. 하지만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3구삼진으로 멋지게 잡아낸 후, 맥도날드를 6-4-3 병살타로 처리하며  6시간 7분의 대장정을 마무리합니다. 메이저리그 데뷔후 첫 투수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거죠. 여느 구원투수 못지 않았던 데이비스의 역투 장면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오늘 데이비스는 89-90마일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스플리터를 선보였는데요. 특히나 곤잘레스를 삼진으로 잡은 변화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이 스플리터였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네요.


길고긴 경기였던만큼 온갖 진기록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는데요. 중계방송과 기자들의 트윗을 통해 제가 캐치한 내용만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1. JJ 하디는 2011년 8월 13일 디트로이트전 이후 9개월만에 멀티홈런 게임 기록(개인통산 8번째)

2. 볼티모어는 원정 16경기에서 11승 5패를 기록. 작년에는 원정경기 11승째를 28경기째에 기록(6월 17일)

3. 크리스 데이비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하루에 5개의 삼진과 1개의 병살타를 함께 기록한 세번째 선수이면서 6타석만에 이 모든 삽질을 기록한 첫번째 선수

4. 데이비스는 1968년 록키 콜라비토 이후 42년만에 아메리칸리그 야수로 승리투수가 되었음

5. 1905년 루브 와델이 한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된 이후 데이비스가 똑같은 기록을 올린 선수가 됨

6. 볼티모어와 보스턴은 오늘 총 18명의 투수를 등판시켰는데, 이는 올해 개장 100주년을 맞는 펜웨이파크 역사상 가장 많은 투수가 등판한 경기.

7. 볼티모어는 5월달 들어 5전 전승을 거두고 있는데 이는 1968년 이후 44년만의 일. 1968년은 얼 위버 감독이 팀을 이끌던 볼티모어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


4월 중순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던 하디는 오늘 8타수 5안타(2홈런) 2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타율이 .217까지 올라왔습니다. 마카키스와 마크 레이놀즈는 오늘 각각 4개의 볼넷을 얻었습니다. 레이놀즈는 4개의 볼넷을 얻는동안 삼진이 1개도 없었다는 놀라운 사실!! 안타도 2개 추가하며 2할 타율에 5리만을 남겨두게 됐습니다.


4.1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한 선발 헌터는 지난번에 이어 여전히 전체적으로 제구가 높은 코스로 되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더군요. 사실 올해 여기저기 아픈데가 많고 내성발톱까지 뽑는 등 제 컨디션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소 몸을 추스릴 필요가 있을듯...



<기타 소식들>


부상자명단에 오른 놀란 라이몰드. 원래대로라면 5월 17일부터 메이저리그 복귀가 가능한데요. 벅 쇼월터 감독은 급하게 복귀할 것 없이 마이너리그에서 리햅 과정을 거치고 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라이몰드는 5월 말이나 6월 초쯤에 돌아오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1번타자 겸 선발 좌익수로 출장한 라이언 플라허티는 보스턴과 인접한 메인주 출신이고, 보스턴 경기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오늘 경기전 코치로부터 그린몬스터 타구 처리방법도 배우고 그린몬스터 아래 있는 스코어보드 구경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플라허티는 5타수 1안타를 기록했구요. 대체로 잘맞은 타구들인데 야수정면으로 간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첫 출장에서 쉽지 않은 그린몬스터 앞 타구도 점핑캐치로 잡아내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오늘 불펜 전원이 출동하는 등 투수력 소모가 많았던 볼티모어가 트리플A에서 스튜 포머란츠를 콜업했습니다. 대신 그저께 25인 로스터에 올랐던 루이스 엑스포지토가 다시 트리플A로 돌아갔습니다. 포머란츠는 올해 28세인 선수로 2003년 드래프트에서 세인트루이스에 2라운드 지명됐던 꽤 괜찮은 유망주였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부상등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떠돌다 올해 볼티모어와 계약했습니다. 올시즌 더블A와 트리플A에서 19이닝을 던지며 2실점(0자책)을 기록중이고, 트리플A에서는 5.2이닝동안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현재 페이스가 좋습니다. 이로써 볼티모어는 당분간 투수 13명, 야수 12명 체제로 운영됩니다.



<텍사스 4연전 선발 매치업 및 간단 프리뷰>


원정 6연전을 5승 1패로 마친 볼티모어는 내일부터 텍사스와 홈 4연전을 갖습니다. 텍사스는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며 AL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죠. 현재 가장 아메리칸리그에서 'HOT' 한 두 팀이 맞붙습니다. 선발 매치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전은 좌완 영건의 맞대결입니다. 떨어졌던 구속이 오르며 차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브라이언 매터스, 반면 작년보다 구속이 2마일 정도 떨어지며 최근 난타 당하고 있는 맷 해리슨.상승세의 지속이냐 하락세의 반전이냐의 싸움이겠네요.



지난번 양키 스타디움에서 8이닝동안 완벽투구를 보여준 제이크 아리에타와 극심한 컨트롤 난조를 보였던 넵탈리 페레즈의 대결. 텍사스 강타선에 아리에타가 위축만 되지 않는다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 될 듯 합니다.



공교롭게도 일본 프로야구 경력이 있는 두 투수가 만났습니다. 겁없는 신인 첸웨인과 일본 유학후 업그레이드 된 콜비 루이스. 루이스도 최근 구속 저하로 4월말부터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볼티모어 방망이로 충분히 해볼만 하다고 봅니다.



마지막 4차전은 현재 볼티모어의 에이스 제이슨 하멜과 텍사스의 좌완 파이어볼러 데릭 홀랜드의 맞대결입니다. 현재 페이스로는 하멜이 우세하긴 한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홀랜드를 그리 무시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타선은 뭐 두 팀이 비슷한듯 합니다. 텍사스는 조쉬 해밀턴과 애드리안 벨트레가 정상 컨디션은 아니지만 마이클 영이나 이안 킨슬러 등의 대체재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볼티모어도 라이몰드가 빠졌고, 마땅한 1번타자가 없어 홈런포에 의지하고 있죠. 결국 투수들이 그날 어떤 내용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듯 합니다.


그리고 텍사스와 볼티모어가 최근 많은 트레이드를 했는데요. 데이비스와 헌터, 페드로 스트롭, 대런 오데이가 텍사스 출신이고, 우에하라 코지와 브랜던 스나이더는 볼티모어 출신입니다. 헌터는 오늘 등판해 이 시리즈에 나오지 않습니다만, 친정팀을 상대로 이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도 지켜보신다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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