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원고 2학년에 재학중인 김성민이란 선수가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 몇 안되는 볼티모어 팬이라 한국 선수가 갔다는 사실에 일단 한번 놀랐고, 얼마전 정대현의 볼티모어 입단이 목전에서 좌절된 적이 있어 이 뉴스가 기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 소식을 미국 일간지 볼티모어 선의 기자인 댄 코넬리가 쓴 트윗을 통해 알게 됐다. 그의 트윗을 RT했는데 그가 멘션을 보내서 저질 영어로 몇마디를 나눠보고 국내 기사를 보다 그의 미국 진출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기사를 코넬리 기자에게 링크해줬는데 구글 번역기로 돌려봤자 이해가 안된다며 번역본을 부탁한다;; 저질영어로 몇시간에 걸쳐 기사를 번역해 메일로 보내주고 연합뉴스 영문판 기사도 링크해 보내주니 쿨하게 'You did great. Thank You.' 라고 답장이 온다... 여튼 색다른 경험이었다. 일단 사족은 여기까지...)

그런데 김성민의 입단소식이 알려지면서 선수 규약을 어기고 돈과 세계 최고의 프로야구 리그라는 장점을 이용해 선수들을 싹쓸이하는 나쁜 미국 야구단!! 이란 식의 기사가 많았다. 하지만 이것을 도덕이나 자국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는 전형적인 애국심 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구선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가 하고 싶은 곳에서 하는 것을 막을수는 없다. 누가 등떠밀어 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고 가는 것이다. 결정 자체를 뭐라 하는 것은 넌센스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김성민의 계약 전에 볼티모어가 신분조회 요청도 하지 않고 물밑접촉으로 선수를 빼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한 신분조회 항목은 내가 알기로는 프로야구 선수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선수의 조기 진출 (신인 드래프트 지명 이전)에 대해선 막을 방법이 현재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다. 그런 상황에서 규정 악용이니 부도덕적이니 말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앞으로 KBO는 이런 식의 스카우트 방지를 위해 선수규약을 정비하고 선수 및 선수의 부모들에게 해외진출의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를 강화하며 MLB 사무국에 정식 항의를 한다고 한다. 이래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면 일본, 대만과 유망주 유출 방지를 위한 연대까지 한다는데... 한국 프로야구를 위한 행동인 듯도 하지만 한국과 미국 야구를 모두 즐겨보는 나에겐 뭔가 개운치 못한 측면이 있다.

김성민의 계약 때문에 앞으로 많은 유망주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국야구에 더욱 예속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그들을 한국에 남게 하여 직업 선택의 자유를 뺏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조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언급은 없다. 연고 우선 지명제 폐지로 지역 스타에 대한 대접도 박해졌고 신인 계약금도 전체적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계약금을 아끼려고 구단이 신고선수 제도를 악용한 사례도 있었다). 고교야구에 대한 프로 구단의 지원도 거의 없고...

이런 상황에서 '외국 나가면 좆된다.' 는 반 협박성 장치의 마련이 과연 한국 프로야구를 위하는 길일까? 선수의 해외 진출은 우려하면서 국내에 그들을 머물게 할 유인 마련에 대해선 '이런 방법이 있지만 잘 되려나 모르겠네요...' 라는 식의 발뺌, 이건 선수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반드시 짝을 이뤄 생각해야 한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어린 나이에 해외에 가는 것에 반대다. 특히나 운동만 해서 또래에 비해 세상물정 모르고 부모 의존도가 큰 청소년 야구선수들이 홀로 외국에 가서 모든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잘 견딜지 의문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자국 리그의 보호를 빌미삼아 선수의 기본적인 부분까지 침해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더더욱 반대다.

해외 진출이 단순히 돈문제는 아니다. 뭔가 국내 야구 환경에도 문제가 있으니 그들이 외국에 가는 것이다. 옥죄려는 시도 외에 유망주들이 왜 외국에 가려고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을 해본 후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불합리한 국제 규정등이 있다면 시정해 나가도록 하자. 그것이 진짜 한국 프로야구와 한국 야구선수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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