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독거노인 인생

잡설 | 2012. 2. 6. 11:39
Posted by 베이(BAY)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아쉬운게 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 '연애를 제대로 못해봤다.' 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올해 나이 33살, 남들은 결혼도 하고 애도 한둘씩 낳는 나이지만 연애에 대해선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사실상 모태솔로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는 나를 좋아하는 애들도 있었다. 매년 1-2명씩은 있었던거 같다. 하지만 그때는 순진하기도 했고, 워낙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를 가 집안을 일으키라는 가족 및 일가친척의 세뇌 때문에 공부 외에 다른거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대학 가면 모든게 해결된다는 생각속에...

하지만 모든게 꼬였다. 수능을 망쳐서 캠퍼스의 꿈을 뒤로한채 재수학원 생활을 했고, 재수학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애도 있었고, 접근하는 애도 있었다. 하지만 재수마저도 실패하며 인생에 낙이 없는 나는 그 여자들을 모두 놓쳤다. 성적에 맞춰 간 학교에 대해 애정은 없고, 입시 실패로 부모님이랑 하루가 멀다하고 다퉜으며, 어려운 집안 형편에 용돈도 빠듯했던 나에게 연애란 사치에 불과했다. 그때도 그랬다. 아직 어리니까 좀만 참으면 되고, 좀더 목표를 이뤄 내가 떳떳해지면 여자를 사귀어 보겠노라고... 그렇게 연애는 항상 뒷전이었고 다가왔던 인연들도 모두 흐지부지 끝나곤 했다.

여전히 돈은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 복학생 시절부터 소개팅을 꾸준히 했다. 60번 정도 했나? 하지만 별의별 스토리만 만들어내며 단 한번도 소개팅한 여자와 3번 이상 만나지 못하는 대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소개팅 하면 느낀다는 설레임, 떨림, 궁금함 이런건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시간낭비 하지 않고, 내 마음 다치지 않고 그 시간을 마무리하냐에 더 집중하는 나를 보며 이럴바에야 차라리 소개팅을 안하는게 낫다는 생각마저 한다.

그래서 최근엔 소개팅 시켜달란 말을 아예 하지도 않고, 오는 제안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찾으라는데... 가입하는 동호회마다 남자가 많고, 학교 수업 조별발표도 열심히 찾아서 했지만 여자가 없거나,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들만 같은 조가 되고... 뭐 그랬다. 이렇게 연애가 어렵고 고통스럽나 싶을 정도로.

지금의 나... 집에서는 결혼하라고 난리다. 사실 이런 흑역사를 부모님께 얘기한 적은 없다. 괜히 구차해지고 자존심 상하니까. 그래서 집에서는 내가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결혼? 사실상 짝 없이 살아와서 혼자 살아도 될거 같긴 하다. 짝이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니까. 기본적인 욕구의 해소? 그건 뭐 야동이나 보면 되는거고. 무서운건 가족들이 느끼는 실망감이다. 이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난 답답하다. 그리고 연애가 안되면 다그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어디다 고민도 못털어놓겠다. 그래서 이런데다 예전부터 많이 끄적이고 그랬던 것 같다. 옛 블로그를 둘러보다 적지 않은 연애 실패담들을 보고, 최근에 소개받은 사람이 약속을 펑크내서 우울하던 차에 갑자기 울분 비슷한게 생겼다. 인연은 없는 것일까? 세상에 안되는게 있다지만 그게 나에겐 연애라는 항목일까?
 

[공연] 2012 시사in 토크 콘서트 (2012)

문화/공연 | 2012. 2. 6. 00:28
Posted by 베이(BAY)


2012 시사in 토크콘서트 (2012)
관람일시 : 2012년 02월 04일(토) 18:00~ / 2012년 02월 05일(일) 18:00~
관람장소 :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몇년전부터 '토크 콘서트' 라는, 말이 중심이 되는 공연이 여기저기서 많이 진행되는 것 같다. 그전까지만 해도 강연회라던지, XX와의 대화 정도로 이런 식의 공연을 이름지었던 것 같은데... 토크 콘서트라는 표현을 쓰니 그리 무겁지도 않고 친근감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작년 11월 '나는 꼼수다' 콘서트 이후 두번째로 토크 콘서트를 관람했다. 3일동안 변호사 3인방, 나꼼수 3인방, 언론난민 3인방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는데 3일을 다 오기엔 금전과 시간의 부담이 있어서 주말 공연 두개만 봤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인물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고, 그 누구보다 힘든 시기를 사는 사람들일텐데 희망과 힘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게 보기 좋았다. 각 공연별로 간단한 후기를 남겨본다.

1. 02월 04일(토) : 나꼼수 3인방 - 2012 액션플랜


공연을 내가 01월 25일에 예매했는데 그 이후에 지금도 엄청난 논란인 '비키니 사건' 이 터졌다. 아마 그들이 사건이 있고 나서 처음 맞는 공개석상이라 분명히 얘기가 나올듯 했다. 처음에는 얘기를 안할듯 안할듯 하더니 결국 모든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 이 사건에 대한 나꼼수 3인방의 입장이 발표됐다. 이미 언론 보도도 나오고 해서 방송 전까지 SNS에 글을 남기지 않겠다던 나의 의지는 무용지물이 됐다. 오히려 기자들이 앞뒤옆 짤라먹는 기사들만 써서 더 짜증이 났다. 내가 들은대로 이 사건에 대한 정리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발언은 이랬다.

- 정봉주 구명사이트를 개설하자마자 비키니 응원 사진이 올라왔다.
- 사진을 보고 '이런식의 응원이 가능하다니!' 라는 것에 놀라며 여성의 신체적인 부분에도 (김어준 총수는 이를 '생물학적 완성도' 라고 했다) 감탄한 것은 맞다.
- 사진이 올라온 것을 보고 정봉주 의원 면회를 갔다. 면회 전 접견인 서신이란 것을 쓰는데 이것이 청와대까지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청와대 놈들 보고 엿좀 먹으라고 일부러 야한 얘기도 적고 욕도 적고 한다. 그런 의도에서 비키니 관련 이야기를 접견서신에 썼다.
- 트위터에 올라온 접견서신은 주진우의 글씨를 빌렸지만 쓰라고 한건 김어준이다. 김용민이 방송에서 얘기한 '성욕감퇴제' 이야기도 김어준이 써준 원고를 김용민이 읽은 것 뿐이다. 고로 주진우나 김용민은 죄가 없다. 모든 책임은 김어준 나에게 있다.
 - 성희롱 얘기가 많은데 성희롱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성적으로 불쾌한 일을 당했지만 권력관계(학교 선후배, 직장 상사와 부하)로 인해 이를 표현하지 못하는 불평등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상황을 성희롱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 사건이 터진 후 곧바로 입장표명을 하지 않은 것은 김어준의 의견이었다. 사건이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고 싶었다. 무수한 논란에 대한 정리는 다음 나꼼수 방송을 통해 밝히겠다.

그 외에 우리나라의 80년대에 머무른 성의식이나 비키니 논란때문에 정작 나꼼수 방송 아이템들에 대한 기사는 아무도 쓰지 않는 기자들의 행태에 아쉬움을 표하는 얘기도 있었다. 본의 아니게 가해자 겸 피해자가 되어 괴로웠던 주진우 기자는 '뭐가 어쨌든 그 사건으로 인해 기분나쁘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다.' 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글에서 이 사건에 대한 얘기를 또 하기가 좀 힘들긴 하다. 나도 떠도는 이야기들 중의 일부만을 들었을지 모르니까. 그리고 성적인 부분이 연관되니 참 복잡해진다. 김어준 성격상 사과는 안하고 '이게 이랬으니 이렇게 아시오! 난 죄없어!' 라고 할거다. 보수적 관점이나 현재의 대부분 사람들이 갖는 성 의식으로 김어준의 한발 더 나아간 생각을 이해하긴 어려울 것 같고.... 입장표명만으로도 충분히 사과 역할은 할 것이고, 앞으로의 방송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컨트롤은 충분히 멤버들이 하리라 본다. 제발 소모적 논란에 쌓여 대의를 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비키니 사건'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다른 글에서 이야기해야겠다.

이 이야기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주진우 기자의 학력논란에 대한 이야기 (대학교 졸업 맞고 학교는 잘 안나갔다. 과제 및 출석은 학우들이 대신 도와줬다)와 첫 직장에서의 이야기, 김어준의 대기업 입사 에피소드, 보수에서 진보로 전향한 김용민의 스토리 등이 언급됐다. 뭐 한번씩은 다 들어본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3월부터 '나는 꼼수다 콘서트 시즌2' 가 시작되고 주로 부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늘 연출자 탁현민 트위터를 보니 공연장 대관취소가 잇따르고 있단다. 쉽지 않은 여정일 듯 하다. 그동안 그들이 좀 쉬는 기간이었다면 이제 다시 바빠질 것 같다. 힘내서 잘해주길 바란다.

2. 02월 05일(일) - 언론난민 3인방, 언론잔혹사를 말하다.


사실 토요일 공연보다 이 공연이 더 관심이 갔다. 언론사 입사를 꿈꾸었던 탓인지, 이제는 꿈을 접은 상태(?)지만 그래도 이런 자리는 즐겁다. 정연주 KBS 前 사장과 민주통합당 대변인이 된 MBC 출신의 신경민 앵커, 그리고 뉴스타파의 진행자이자 돌발영상을 만든 YTN 前 노조위원장 노종면이 게스트로 나왔다.

각자의 근황을 소개하고 언론난민의 생활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들과 여기저기 나온 깜짝 게스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무대에 오르지 못했지만 MBC PD수첩의 이춘근 PD는 김재철 사장 퇴진을 바라는 한시(漢詩)를 지어와 좌중을 폭소케 했고, 돌발영상을 만들었던 YTN 임장혁 기자는 MB의 '~~ 해봤는데' 시리즈로 만든 영상 제작 에피소드와 MB를 비꼬는 영상을 만든 후 박근혜측으로부터 '왜 MB만 영상 만드냐' 며 항의를 받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신경민 대변인은 김재철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사람이 '갑자기 생각났는데~' 란 말을 정말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런 즉흥적인 행동이 사장이 되며 제어받지 못하니 MBC가 망가지는 거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연주 사장은 무죄가 되어 앞으로 받을 사장 월급과 각종 보상금, 또 그에 붙는 이자 생각을 하면 신난다며 너스레를 떠셨다. 노종면은 뉴스타파 시작전 신경민 앵커가 민주통합당에 합류하고, 합류 예정이던 SBS 최상재 PD가 갑자기 복직이 되어 뉴스타파에서 빠진 이야기를 공개하며 뉴스타파를 방해하기 위한 모종의 손길이 있었음을 밝혔다. 한편, 진행자 탁현민은 술을 마시면 양말을 벗어 술상 위에 놓는 정연주 사장의 술버릇을 공개해 공연장을 뒤집어 버렸다.

각자의 자리가 어떻든 세 사람은 MB 정권을 통해서 올바른 언론인, 권력에 빌붙는 언론인의 구분이 확실해 진 것이 정말 잘 된 일이고 앞으로 계속적인 노력을 통해 옥석을 가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언론인들의 자성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계속된 감시가 이를 위해 필요함도 주문했다.

토요일 공연은 이른바 나꼼수 팬덤이 지배를 했다면, 일요일 공연은 언론 지망생들도 꽤 많았던 것 같다. 각자 공연을 보고 생각하는 바는 달랐겠지만 사회를 바꿔나가는데 평범한 우리들의 관심과 비판, 의사의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 않았나 싶다 (나만 그런건가?). 가까이서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좀더 소수의 인원으로 대화하듯 만나보는 그런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2010)
저자 : 오연호, 조국
출판사 : 오마이북
구입일 : 2011.11.07
구입처 : 도서 11번가

첫번째 다 읽은날 : 2011.11.21

가.

중고등학교때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잇따른 대학입시 실패는 나 자신의 삶마저 힘들게 하면서 나를 정치 무관심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이후 군 입대를 하며 2002년 대선의 '노무현 바람' 을 체험하지 못했고 이후 나의 정치적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는 정권에 대한 안도감, '먹고 사는 문제' 가 나 자신의 직접적인 이슈가 되며 서서히 정치에 대해 멀어지게 됐던 것 같다.

그러던 중, 회사를 다니며 느끼는 여러가지 부조리함, 결혼과 연애에 얽힌 여러가지 나의 불만족스런 현실, 이명박 정권의 전횡을 보면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게 됐고, 올 여름 '나는 꼼수다' 가 기점이 되며 다시한번 세상일에 관심을 가지는 진정한 30대가 되고 있다.

그렇게 무관심하던 10년 가까운 세월, 현실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담긴 책들을 통해 그동안의 공백을 메꾸려던 중, 이 책을 발견하게 됐다. 그동안 이름만 얼핏 몇번 들어본 서울대 교수 조국과 오마이뉴스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몇번 보았던 대표기자 오연호가 쓴 책.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지나치게 점잔 떤 책', 정치평론가 공희준에겐 '오연호의 묘수 중독증이 드러난 책' 이란 비난도 있었지만 제대로 된 행보조차 못하던 개혁, 진보 진영에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나.

책은 총 6파트로 나뉘어져 진보진영의 집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이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는 형태라 내용도 그런 식으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1. 대한민국 진보개혁 진영이 2012년 혹은 2017년 대선에서 재집권이 가능한가?
 - 대한민국은 분단체제 등으로 인하여 우경화 경향이 크지만 4.19, 5.18, 6.10, 그리고 최근의 촛불집회 같은 사례를 볼때 언제든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힘이 발휘될 수 있기에 그에 부응하는 진보 개혁진영의 집권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본다.

2. 진보 개혁진영이 분명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주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수구 보수세력에 밀렸던 까닭은 무엇인가?
 - 진보 개혁진영이 그동안의 투쟁 등으로 정치이념의 구축 등에는 성공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대중들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경제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국가' 와 '부자가 되고 싶은 일반인의 욕망' 을 조화시키지 못했고, 교육 분야에서도 극심한 사교육과 무한 경쟁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국민이 등을 돌리게 한 것,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를 가지며 적극적인 행보를 하지 않게 된 386세대의 동력 상실 등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3. 한국 사회 최대의 문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것은 '출산파업' 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가 살기 힘든 곳이란 반증이다. 엄청난 육아비용과 자식이 커서 겪을 취업과 주택문제를 생각하면 아이 낳기가 두렵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일정 인원 이상의 사업장에는 보육시설을 의무설치하는 것 등이 그 예다.
 - 그리고 사람들이 자녀를 낳고 싶게 하려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기본적인 대접을 받고 품위를 유지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를 통한 자기 복제의 욕구가 생기는 것이니까. 지금 한국은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을 걱정해야 한다. 불안이 만연한 사회다. 이를 극복하고 자신이 보호받고 어느정도 대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한국 사회에 만연한 무한경쟁과 그에 숨겨진 특권과 불평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경쟁이란 것이 사회 동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경쟁이 너무 격렬하고 살인적이다. 그리고 그 경쟁도 공정한 규칙에 의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국가와 사회가 사회안전망을 설치하여 공정한 경쟁을 권장하며 동시에 연대의 원리가 사회운영원리로 제도화 되도록 해야한다.

5. 한국 사회에 부족한 것이 '노는 권리' 다.
 - OECD 소속국가 중 노동시간 1위임에도 더 일해야 한다는 소리가 아직도 나오고 있다. 부작용이 심각하다. 국가 수장부터 기업의 총수 등이 법정 휴가를 모두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대체공휴일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보단 적절한 휴식을 통해 창의성과 자발성을 높이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

6. 복지사회가 현재 국내에서 중요한 이슈인데 어떤 식으로 정책을 펼쳐야 할까?
 - 현재 대한민국은 복지제도가 미흡해서 가족끼리 이를 충당하느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골병드는 사회가 됐다. 장단이 있긴 하지만 이는 결국 가족 모두의 고통이다. 그러므로 제도를 통해 '사회임금' 을 지급하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무상급식이 그 출발점이었다면 이제 일자리, 주택, 의료까지 그 외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재취업이나 직업훈련 제도의 확충 같은 사회임금 확충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금지다. 동일노동에는 동일임금을 적용한다는 원칙이 사회임금 정책보다는 단기간에 자리잡을 수 있다. 진보 집권을 위해서 이 원칙부터 적극 도입해야 한다.

7.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 현재의 취업난은 대기업의 고용없는 성장과 산업 독식, 이에 따라 대안인 중소기업이 '취직할 만한 곳이 없는' 상황이 되며 생긴 것이다. 그래서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것인데 이 마저 대기업이 SSM 같은 분야에도 진출하며 이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 현재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할 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되고 있지만 그동안 이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일단은 갖춰진 장치로만 제대로 써도 견제효과는 충분하다.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중소기업 카르텔 제도,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제소권한을 중소기업에게도 주는 것들을 보완 도입한다면 대기업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기틀이 잡힐 것이다.

8. 편법상속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 문제는 어떤 해법을 찾는 것이 좋을까?
 - 가족기업의 존재는 인정한다. 문제는 소수의 지분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이건희 일가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현실성이 없어보이는 대책들로 삼성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것보단 스웨덴의 대표적인 가족기업 발렌베리의 사례를 적용해 오너 일가의 지분을 인정하며 여기에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영민주화의 방식을 도입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9. 인간에겐 기본적인 욕망이란 것이 있다. 이를 무시한 정치를 할 수는 없을텐데?
 - 그동안 진보 개혁 진영은 욕망을 죄악시 해온 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공정이나 평등과 같은 가치를 첨가시켜 새로운 형태의 욕망을 디자인해야 한다. 그리고 뜬구름 잡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욕망이나 소망이 실현되는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바꿔봤더니 별거 없네.' 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한다.

10. 심각한 교육문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 첫번째로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어고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어를 전문적으로 공부해 그쪽으로 길을 터 나가도록 해야한다. 대학입시용이 아닌 외국어 특화 내지는 해외대학 진학 준비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대학입시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지방대의 부활이다. 이를 위해 채용정책부터 지방대 출신에 대한 배려를 해야한다. 그리고 학력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제도적으로 이런 악습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세칭 명문대는 지역 균형 선발과 계층 균형 선발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이제는 교육으로 계층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게 문제다. 이를 다시 살려야 한다. 이런 대학서열화가 무너져야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을 강화하며 우리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 이런 대학서열화와는 별도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하여 사교육 시간제한, 교사들의 잡무를 덜어줄 교내 행정직원의 채용, 교사수 증원 등으로 공교육의 밀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11. 현 정권 들어 악화된 남북관계는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까?
 -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일상에서도 스트레스가 많은데 분단체제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쳐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졌다. 남북관계 악화는 정치적 불안은 물론이고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킨다. 과거 민주정권의 햇볕정책은 전쟁을 방지하고 통일비용을 줄이는 선투자 효과를 냈다. 이 흐름을 다시 이어가야 한다.
 - 보수진영이 제기하는 북한 인권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진보 개혁진영이 이런 부분의 언급을 회피해 왔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시민사회나 민주노동당 같은 북한과 친분관계가 있는 단체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통일을 단순한 역사적, 정치적 판단이나 뜬금없는 이득을 주장하는 식으로 가면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하면 과연?' 이란 의문을 가졌는데 이를 눈으로 보여주며 통일론을 펼쳐야 한다. 우리 민생에도 도움이 되는 통일이라는 것을.

12. 아직까지 권력의 성역으로 남은 검찰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 검찰은 보수적 세계관과 엘리트주의가 남아있고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한 권력체다. 이러다보니 '우리가 우리 맘대로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 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되다보니 정당과 같은 정치결사체처럼 굴러가고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며 권력과 타협하고 협상한다. 국가의 존위보단 조직의 존위가 중요한 집단이다.
 - 검찰개혁의 핵심은 권력분산이다. 그 방법으로는 먼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해야한다. 이는 정치권력과 검찰의 부도덕한 거래를 방지하고 검찰 내부의 비리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수사하도록 해서 권력 분산과 상호 견제를 꾀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도 경찰에게 넘길 것은 과감히 넘겨야 한다.
 - 또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법무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도 검사 출신이 아니며 개혁의지가 강한 사람을 발탁하여 검찰 내부 논리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다.

조국 교수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으면서도 영남 출신이고 기득권 세력의 전당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게다가 수려한 외모에 강남 거주자라는 특징 등으로 인해 중도적이거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정치적 성향이 바뀌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가기 전에 장관이라던지 국회의원이라던지 아니면 정당의 당직자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진영의 박근혜' 수준에 머물수도 있으니.

일단 오연호 대표와의 좌담을 통해서 조국 교수가 정치적 이념이나 자신의 신념에 머물지 않고 좀더 대중을 껴안을 수 있는 '포용적 진보' 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단 점에선 긍정적이다. 사회임금 개념을 도입한 것이나 국민 모두가 '놀 권리' 를 주장한 것은 다음 대선에서 상당히 먹힐만한 공약이다. 이는 무상급식에 버금가는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민감한 주택문제에는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 등 그동안 나왔던 정책을 반복하는데 그쳐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누가 이보다 더 좋은 정책을 내놓을 수 있겠냐만은....) 그리고 휴가 확대를 하면서 기업이 연차보상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현실과는 다르다. 이미 많은 회사가 연차를 쓰지 않아도 보상금을 주지 않거나 연차의 일부는 보상금을 주지 않는다고 못을 박고 휴가를 쓰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학자 출신이라 그런지 디테일한 면이 부족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즐기면 이정도는 알았을 법도 한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알았으려나 모르겠다.

조국이 대중적인 점잖은 진보라는 장점도 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진흙탕이다. '나는 꼼수다' 멤버처럼 좀 지저분하게 달려들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파트너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문국현으로 실패의 맛을 본 오연호가 조국을 2012년에 무리하게 밀면 좋은 진보인사 하나를 다시 잃을 수도 있다. 좀더 시간을 두고 가다듬어 줬으면 한다. 오연호가 민 노무현은 당선됐지만 너무 빨랐고, 문국현은 너무 뜬금없었다. 조국에겐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줬으면 한다.

한정된 지면으로 디테일한 이야기를 하기란 어려웠으리라고 이해하며 어쨌든 진보집권의 큰 그림을 그린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너무 진지해서 김어준 식의 가벼움을 원한다면 이 책은 수면용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2012년 대선, 그리고 재집권에 실패한다면 2017년 대선까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교과서 역할을 해줄 그런 책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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